[기고/변창흠]인구보다 무서운 수도권집중은 이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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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세종대 교수 한국도시연구소장
변창흠 세종대 교수 한국도시연구소장
최근 수도권 집중 현상을 살펴보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 해 동안 최고 50만 명까지 수도권으로 유입되던 인구가 2011년 이후부터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고 자연출산율도 낮아지고 있다. 앞으로 수도권 인구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국회입법조사처 추계에 따르면 2100년의 수도권 인구비중은 전국 인구의 53%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수도권 집중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온 걸까. 아니다. 주요 기능과 시설의 수도권 집중 현황을 보면 수도권 인구집중보다 더 무서운 새로운 집중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 다름 아닌 각종 기능과 시설의 수도권 집중이다.

우선 인구, 생산액, 사업체와 같은 일반기능은 대체로 수도권과 지방에 각각 50% 수준으로 배분되고 있으며 추세는 고착되고 있다. 2012년을 기준으로 수도권 비중은 주민등록인구가 49.3%이고, 지역총생산(GRDP)은 47.1%이며, 총사업체 수도 47.4%에 달한다. 비수도권에서 생산액이 늘며 지역총생산 수도권 비중은 오히려 줄고 있다.

둘째, 선호기능 첨단기능 가치창출기능은 대체로 수도권에 약 3분의 2가 집중되고 지방에는 나머지가 분산되어 있다. 전국 예금액의 70.2%, 연구개발비의 67.1%, 재산세 징수액의 66.5%가 수도권에 집중된다. 생산기술이 표준화되고 있는 제조업은 비수도권에 집중되는 반면, 첨단서비스업이나 문화콘텐츠산업의 수도권 집중도는 높아지고 있다.

셋째, 행정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에서 국가핵심기능과 부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또 매출액 기준 10대 기업의 90%, 100대 기업의 84%, 1000대 기업의 70.7%가 이 지역에 몰려 있다. 수도권 법인의 시가총액은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의 87.7%에 이르고, 코스닥시장은 74.3%가 집중해 있다. 전국의 대학평가 상위 20개 중 수도권 대학이 80%인 16개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최고 중추관리기능과 핵심가치 창출기능이 100%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은 600년 이상 수도기능을 담당해 온 서울의 상징성이 있고, 세종시와 혁신도시로 이전한 일부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을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청와대와 국회, 대법원 등 주요 기관이 들어서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막강한 사교육 중심지이고 전국의 주요 방송, 신문사의 100%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처럼 수도권 인구집중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수도권 중심의 가치로 전국이 획일화되는 것이다. 수도권 중심, 서울 중심 가치가 고착되는 한 비수도권은 변방이거나 주변부로 인식되고 만다. 서울 중심 사고, 수도권 중심 관념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도권에는 없지만 비수도권에만 있는 무엇인가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중앙행정 부처를 이전해서 조성 중인 세종시는 실질적인 행정‘중심’도시가 되도록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에 대기업 본사가 이전하도록 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 비수도권 명문대 육성, 지방 언론과 지방문화예술 육성, 이 모든 것이 수도권 중심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정책이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 한국도시연구소장
#수도권#인구#시설#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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