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1년 서해 식인상어에 해녀 희생

  • 입력 2006년 5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한여름 미국의 한 바닷가. 캠프파이어를 즐기던 팔등신 미녀가 바다로 뛰어든다. 달빛 아래에서 유유히 수영을 즐기던 이 여성이 갑자기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튿날 백사장에서 이 여성은 갈가리 찢긴 시신으로 발견되는데….’

피 냄새를 맡고 사람을 공격하는 백상어와 인간의 대결을 소재로 한 영화 ‘죠스(원제 Jaws·1975)’의 도입부 장면이다.

상어가 인간을 공격한 사건은 실제로도 여러 번 발생했다.

1981년 5월 23일 당시 충남 보령군 오천면 외도 부근 해상에서 전복을 채취하던 해녀 박모 씨가 식인 상어 2마리에게 물려 숨졌다.

당시 동아일보는 이 사건을 사회면 톱기사 ‘한국판 죠스…서해 식인 상어’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소개했다.

“1963년 충남 대천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하던 남자 대학생이 상어에게 물려 숨지는 등 국내 해수욕장과 연근해는 더는 상어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다. 수산학자들은 무모한 원거리 수영을 금지하고 상어 예방법을 계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인 상어 살인사건’은 계속됐다. 1986년 전북 옥구군 옥구면에서 키조개를 캐던 잠수부 유모 씨와 1995년 충남 보령시 오천면 장고도 앞바다에서 전복을 따던 해녀 김모 씨가 각각 상어에게 물려 희생됐다.

지난해 6월에도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 앞바다에서 전복을 채취하던 해녀가 상어에게 왼쪽 다리를 물려 봉합수술을 받기도 했다.

이들 사건은 대부분 서해안에 난류가 흐르는 5월부터 여름 사이에 발생했다. 최근에는 동해와 남해에서도 식인 상어가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상어의 천적은 ‘인간’이다. 미식가에게 알과 지느러미를 제공하기 위해 상어가 무차별 포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에게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지만 철갑상어는 사람 때문에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 유엔은 올해 초 1kg에 최고 700만 원을 호가하는 자연산 철갑상어알(캐비아)의 거래를 잠정적으로 중단시켰다. 멸종 위기에 놓인 철갑상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야생동물 보호’를 외치는 한편으로 상어를 남획하는 인간이 어쩌면 가장 잔인한 동물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