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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명품 문구를 갖는 순간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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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명품 문구를 갖는 순간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다

동아일보입력 2012-01-27 03:00수정 2012-01-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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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 문구, 어디까지 왔나
김태희 씨(40)는 최근 일본에서 태닝(인공적으로 태움)한 가죽 파일폴더를 10만 원대에 구입했다. 가죽 파일폴더는 오래전부터 사고 싶었던 아이템이었다. 요즘에는 스테이플러를 쓸 일이 많아 이탈리아 문구 브랜드 제니스 제품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빈티지’한 디자인에 투박하면서도 묵직한 스테이플러는 바로 그가 찾던 것이다.

좋은 문구에 돈을 아끼지 않는 그의 철학은 확고하다. 어차피 써야 할 돈이라면 오랜 시간 사용할 곳에 제대로 쓰자는 것. 그는 집보다 사무실 책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니 4년 전 영국에서 구입한 29만 원짜리 폴스미스 책상용 머그잔을 사치라고 생각할 수 없다. 문구 수집이 취미였던 김 씨는 몇 년 전 일본과 스웨덴에서 문구를 수입하는 회사를 차렸다.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사치


동아일보 ‘위크엔드3.0’은 값비싸면서도 고급스러운 ‘하이엔드 문구’를 찾아 나섰다. 스마트폰에 밀려 멸종위기에 처한 줄 알았던 문구류는 여전히 건재했다. 다만, 나만의 특별함을 고집하는 문구 마니아가 많아지며 문구류는 더 세련되고 비싸게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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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백화점에서 문구를 파는 곳은 대체로 두 군데. 명품 아니면 남성복 매장이다. 남성들의 문구 수요가 늘어났으며 문구가 고급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외국의 고급 문구브랜드가 국내에 속속 상륙하면서 가격대도 높아졌다.

그래픽디자인의 악어가죽 다이어리.
기자는 서울시내 고급 문구 매장들을 둘러봤다. 문구점에서 비교적 많이 찾는 다이어리와 노트의 경우 가격이 10만∼100만 원대로 다양했다. 그중 눈에 띄었던 제품은 미국 브랜드 그래픽디자인의 아프리카산 악어가죽 다이어리였다. 한 번 사면 10년은 족히 쓸 만큼 견고해 보였다. 흠이라면 비싼 가격(198만 원)이었다. 악어가죽은 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위가 적어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송아지가죽에 악어 무늬를 새긴 다이어리(24만 원)는 어떨까. 이 밖에도 에르메스는 겉은 송아지 가죽, 안은 스웨이드 재질로 안과 겉의 색깔이 다른 노트인 ‘노트북 율리쎄’(가격 미정)를 출시했다.

데스크패드와 연필꽂이, 메모함, 명함첩 등을 갖춘 데스크 세트는 최근 전문직 남성들이 많이 찾는 아이템이다. 롯데백화점 본점 문구숍 오롬시스템에서는 이탈리아 브랜드 조르조 페돈의 데스크 세트가 제일 잘 팔리는 품목. 가격은 최소 70만 원부터 최대 100만 원 선이다.

그래픽디자인의 데스크 세트. 파이톤 가죽으로 만들어진 데스크 패드와 악어가죽으로 만든 액자와 연필꽂이, 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아이패드 라이팅패드 레터오프너…문구류의 진화

문구류라고 해서 연필과 볼펜, 만년필, 다이어리만 있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아이패드나 스마트폰, 메모지, 여권 등을 넣을 수 있는 가죽용 패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픽디자인이 출시한 아이패드용 패드(29만7000원)는 언뜻 보면 클러치백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송아지가죽에 악어 무늬를 새겨 세련미를 더했다. 안감은 스웨이드 재질로 처리해 기기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갈색 그린 핫핑크 등 다양한 색상을 내놓았다.

메모지를 넣을 수 있는 라이팅 패드도 인기 있다. 스코틀랜드 브랜드인 달비는 천연 송아지가죽으로 만든 라이팅 패드를 12만5000원에 판매한다. 메모지뿐만 아니라 각종 신용카드까지 수납할 수 있어 지갑용으로 손색없다.

독일 브랜드인 레르체 제품 중에는 레터 오프너, 즉 편지봉투를 자르는 칼이 인기 있다. 가격은 13만5000∼15만5000원. 장식용으로 인기가 높다. 핸드 플라이어 프레스는 종이에 서명을 새겨 넣을 수 있는 기기로 비싼 가격(98만 원)만 아니면 당장이라도 탐나는 아이템이다. 이탈리아 브랜드 피나이더에서 구입할 수 있다.

루이뷔통의 아이폰 케이스.
이야기가 담긴 문구…나만의 특별한 문구

고급 문구류들은 제품이나 브랜드에 유명인과 관련된 일화나 역사적 사건을 담는 ‘히스토리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단순한 디자인의 수첩 브랜드 몰스킨은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사용했던 수첩으로 유명하다. 피나이더도 나폴레옹, 찰스 디킨스, 마리아 칼라스,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이 즐겨 사용한 제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래픽이미지는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이 전 대통령 부인이었던 로라 부시 여사에게 선물해 주목받았다.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5층에 있는 고급 문구 매장인 슈와다담(아담의 선택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에는 특별한 사연이 담긴 펜들이 판매된다.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봉황을 새긴 카랑다슈 만년필은 이 매장의 최고가인 1200만 원. 각국에 한 개씩 전 세계에서 88개만 판매하는 희귀 만년필이다.

이탈리아 브랜드 비스콘티의 슌가 만년필은 ‘에로틱 펜’으로 제품 전략을 펴 인기를 끌었다. 일
몽블랑이 최근 출시한 트리뷰트 더 몽블랑.
본 춘화가 그려진 펜의 뚜껑을 열면 어른도 보기 민망할 정도로 야한 그림이 새겨져 있다. 가격은 270만 원. 이 매장에서는 3개 중 2개가 입고되자마자 팔렸다고 한다.

몽블랑의 신제품 ‘트리뷰트 더 몽블랑’ 시리즈는 유일하게 펜촉에 몽블랑 산맥과 봉우리별 해발 고도가 새겨져 있다. 몽블랑이 흰색 펜을 내놓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가격은 크기에 따라 115만∼130만 원.

명품백이 ‘3초 백’으로 전락한 요즘, 나만 가질 수 있는 명품에 대한 욕구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고급 문구 브랜드는 이름을 새겨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루이뷔통은 제품 위에 자신만의 이니셜과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스페셜 오더 서비스’를 지난해 9월부터 지갑과 다이어리까지로 확대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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