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謹賀新年(근하신년)

  • 입력 2006년 1월 25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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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주고받는 연하장에는 ‘謹賀新年(근하신년)’이라는 말이 나온다. ‘謹賀(근하)’는 무슨 뜻인가를 알아보자.

‘謹’은 ‘言(언)’과 ‘8(근)’이 합쳐진 자이다. ‘8’은 원래 ‘붉은색’이라는 뜻인데, 중국의 고대 농경사회에서는 ‘붉은색’은 곧 ‘황토’를 의미했다. 비가 오면 대지는 푸르지만 가뭄이 들면 그 푸름은 붉은 황토로 변한다. 그러므로 ‘8’은 ‘황토, 가뭄’을 의미하게 되었다. ‘가뭄’이 들면 농산물의 수확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8’은 또한 ‘부족’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勤(근)’은 ‘8’과 ‘力(힘·력)’이 합쳐진 자이므로 ‘가뭄이 든 때의 힘’을 나타낸다. 가뭄이 들게 되면 다른 때보다 더 많은 힘을 써야 하므로 ‘勤’은 ‘부지런하다’라는 뜻을 갖는다. ‘僅(근)’은 ‘人(사람·인)’과 ‘8’이 합쳐진 자이다. 그러므로 ‘僅(근)’은 ‘가뭄을 만난 사람’을 나타낸다. 가뭄을 만난 사람에게는 모든 물자가 부족해진다. 따라서 ‘僅’은 ‘조금, 겨우, 간신히’라는 뜻을 갖는다. ‘謹’의 ‘8’은 ‘부족’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謹’은 ‘말이 부족하다’, 즉 ‘말이 적다’라는 뜻이다. 사람은 조심해야 할 때, 상대를 존중할 때, 공손한 자세를 취할 때 말이 적어진다. 그러므로 ‘謹’은 ‘조심하다, 공손하다, 삼가다’라는 뜻을 함께 갖는다.

‘賀(하)’는 ‘加(가)’와 ‘貝(패)’가 합쳐진 자이다. ‘加’는 ‘더하다’라는 뜻이고, ‘貝’는 ‘재물’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賀’는 원래 ‘재물을 더해 준다’, 즉 ‘재물을 보태 준다’는 뜻이다. ‘賀’에 ‘더하다, 보태다’라는 뜻이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고대의 농경사회에서는 타인을 위로하거나 타인에게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 물건을 보태 주었다. 이에 따라 ‘賀’에는 ‘위로하다, 축하하다’라는 뜻이 생기게 되었다. 이러한 뜻을 합치면 ‘謹賀新年’은 ‘삼가 새해를 축하합니다, 공손한 자세로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뜻이 된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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