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의 침, 드릴-톱날-빨대 갖춰

  • 입력 2004년 7월 27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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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불청객 모기. 끈적끈적한 날씨를 참고 겨우 잠을 청하려 하면 사정없이 공격해와 긴 밤을 지새우게 만든다. 해마다 여름이면 누구나 모기에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정작 모기의 정체에 대해 잘 모르는 점들이 적지 않다.》

● 6개 침으로 무장한 ‘첨단 드릴’

흔히 모기 침이 한 개인 것으로 알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려 6개나 있다. 피부에 앉으면 2개의 침이 ‘구멍’을 뚫기 시작한다. 동시에 ‘톱날’ 모양의 2개 침이 피부를 ‘썰어댄다’. 고신대 보건환경과학부 이동규 교수는 “이런 강력한 성능 때문에 청바지를 입어도 모기에 물리게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타액관과 흡혈관이 들어갈 차례. 모기가 피부 가장 가까이 분포하는 혈관(모세혈관)을 찾으면 먼저 타액을 분비한다. 혈액이 굳으면 빨아들이기 어려우므로 이를 막기 위해 항응고 성분을 뿜어대는 것. 이 ‘묽어진’ 혈액을 흡혈관이 위까지 빨아들이는데, 사람처럼 목구멍에서 한차례 ‘꿀꺽’ 삼키는 일이 없이 목구멍 앞과 뒤에 있는 두 개의 펌프를 이용해 논스톱으로 이뤄진다. 수초 내에 침을 꽂고 피를 들이마시는 ‘첨단 드릴’을 갖춘 셈.

● 나만 왜 잘 물릴까?

분명히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따로 있다. 모기는 후각이 잘 발달해 있기 때문에 냄새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머리 아래 길게 뻗은 주둥이 양 옆에 한 쌍의 후각돌기인 촉수가 있어 냄새를 감지한다.

15∼20m 전방. 우리 몸에서 발생한 땀이 모기를 유인하는 주요 원인물질이다. 하지만 미8군 제5예방의무대 김흥철 박사는 “운동 후 근육에 쌓인 피로 물질인 젖산이 몸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될 때도 모기가 좋아하는 냄새가 난다”고 설명했다. 운동할 때 땀을 적게 흘리는 체질이라 해도 휴식을 취할 때는 모기를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10∼15m 전방에 이르면 모기는 우리가 호흡할 때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한다. 대기 중에는 보통 0.03∼0.04%의 이산화탄소가 함유돼 있는데 사람이 있으면 4∼5%에 이른다. 그런데 모기는 불과 0.01%의 이산화탄소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고.

목표물 1m에 도달. 이때 아기와 엄마가 함께 자고 있다고 하자. 모기는 아기에게 우선 달려든다. 성인보다 호흡이 잦아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뱉고, 신진대사가 활발해 분비물질이 섞인 땀이 많기 때문.

● 침 바르면 역효과?

모기 물린 데 침을 바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전문가가 많다. 인간의 침에는 1억마리 정도의 세균이 살고 있는데 잘못 하면 모기 물린 자리를 통해 체내로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박사는 “물린 자리를 긁어 피부에 상처가 생긴 데다 침을 바르면 감염의 위험이 있지만 긁지 않았을 때는 얘기가 다르다”며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모기약이 없을 때 침의 수분증발에 의해 가려움증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 퇴치제품 실험적 증명 약하다

모기를 쫓는다는 첨단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건만 정작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쥐가 모기를 추적할 때 발산하는 초음파를 측정, 이를 발생시키는 장치가 한 가지 사례. 하지만 이론은 그럴듯해도 실험적으로 증명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수컷의 ‘왱왱’거리는 날갯짓 소리를 내는 상품도 등장했다. 휴대전화에서 이 ‘음성파일’을 내려받아 작동시키면 모기가 달려들지 않는다는 것(유료). 원리가 무엇일까.

인간의 피를 빨아들이는 모기는 암컷뿐이다. 뱃속에 저장된 알에게 영양분(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암컷이든 수컷이든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당분)은 과일 등 식물에서 얻는다.

암컷은 일생에 한 번 수컷과 짝짓기를 한다. 교미를 마친 암컷은 정자를 몸속 주머니에 일단 저장한다. 이후 세 차례 정도 난자를 배출할 때 정자를 꺼내서 수정시킨다.

당연히 한 번 교미한 암컷에게 수컷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다. 하지만 수컷은 암컷에게 계속 달려든다. 이때 암컷은 수컷의 비행음을 듣고 도망친다고.

이 교수는 “수컷 비행음을 이용한 실내실험 결과 평균 33% 정도의 암컷을 쫓는 효과를 발견했다”며 “물론 이 정도 효과라도 보려면 휴대전화에서 나는 왱왱 대는 소리를 감수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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