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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질병의 시대 ①] 게임은 질병 인가?-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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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질병의 시대 ①] 게임은 질병 인가?- 3부

동아닷컴입력 2019-07-09 14:07수정 2019-07-1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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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 72차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가 포함된 ICD-11(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게임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 2016년에 이미 게임중독의 질병코드화 계획을 포함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보건복지부 장관 또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WHO가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를 최종 확정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만큼 게임업계는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다가온 게임 질병의 시대, 국내 게임산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하고 사회적 합의는 어떻게 이뤄져야할까. 본지에서 짚어봤다.>

-해당기사는 [게임 질병의 시대 ①] 게임은 질병 인가?- 2부와 이어집니다.


게임의 유해성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성인 보다는 미성년자 그 중에서도 학업이 1순위로 가장 중요한 청소년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을 강조한다. 셧다운제 역시 미성년자들의 수면권을 지킨다며 도입된 제도이며, 게임 중독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린 논문 중 상당수가 청소년기 게임의 악영향을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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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이 주장하는 게임 중독 즉 '게임 이용 장애'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일반 대중이 흔히 생각하는 '게임 중독'은 10시간 이상 게임에만 매달려 있을 만큼 오랫동안 게임만 하거나, 학업을 게을리하고, 게임을 즐기는 경우를 '게임 중독'이라고 이야기하지만, WHO가 제시한 게임 이용 장애의 허들은 생각보다 높다.

게임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WHO는 'ICD-11'의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해 게임에 대한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지속되고, 먹고, 자는 등의 생명 유지에 필요한 일상 활동보다 게임이 우선되며, 개인의 신변에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몰입하는 시간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증상으로 꼽았다.

물론, 실제로 이런 수준에 이를 때까지 게임에 과몰입해 중독센터를 찾는 이들도 더러 있다. 일상생활에서 게임을 많이 한다는 소리를 듣는 수준이 아닌 학교를 결석하거나, 심지어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사회활동을 모두 내팽겨 치고 게임에만 몰두하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WHO는 이 게임 이용 장애에 또 한 가지 추가적인 전제를 걸었다. 바로 저 심각한 게임 과몰입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 '게임 이용 장애'에 해당된다는 것. 이미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단 한번도 게임을 즐겨보지 않은 인구를 훌쩍 뛰어넘은 지금. 게임 때문에 학업 성적이 떨어지거나, 게임 때문에 밖에 잘 나가지 않는 경우는 주변에서 보았어도 게임 때문에 발생하는 심각한 상황이 무려 1년 동안 반복되는 이들은 정말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정의준 교수는 지난 4월 진행한 NDC 2019 강연서 2014년부터 4년간 청소년 2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매년 60%에 달하는 절반 이상의 게임 과몰입군에 있는 청소년들이 특별한 조치가 없음에도 일반군으로 이동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NDC 2019 청소년과 게임에 대한 2천 가지 기록(자료출처-게임동아)

처음 조사를 시작한 1년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과몰입 판단을 받은 청소년은 자기 통제가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었으며, 이러한 자기 통제 하락의 원인으로는 학업에 대한 부모의 과잉 기대와 양육 태도 등이 원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모와 커뮤니케이션이 많을 수록, 부모의 관리가 높아질수록 자기 통제 수치가 상승하며, 부모와 자녀에게 설문한 결과 부모가 고독하면 자녀도 고독하고, 부모가 우울하거나 불안하면 자녀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주어 부모의 심리상태가 자식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청소년의 게임에 대한 과몰입이 단순히 게임이 문제가 되어 생기는 것보다 청소년의 보호자 즉 부모의 심리상태 혹은 태도에 따라 스스로를 절제할 수 있는 자기 통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사 결과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이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고, 학업 스트레스가 훨씬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했으며, 4년간의 조사 기간 동안 과몰입 군을 계속 유지한 청소년은 고작 1.4%에 불과할 정도로, 청소년은 특별한 조치가 없어도 과몰입 군에서 정상군으로, 또 그 반대로 변화하는 결과를 나타내 게임이 질병을 유발한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게임 이용 장애'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조사되는 군은 성인보다 자기통제가 미숙한 미성년자 층이다. 특히, 이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해 한국 논문이 90여 편에 이르고, 중국이 그 다음이 80편에 이르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 유난히 한국과 중국이 이 게임 문제에 민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유럽과 북미의 경우 해외의 게임 과몰입 관련 조사는 성인과 미성년자의 비중이 고른 편이지만, 유독 이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 장애 사례가 한국과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중 한국과 중국 두 국가가 대학 입시라는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고, 학업 스트레스가 유난히 높다는 것을 비추어 볼 때 아시아 지역에서 게임 과몰입 사례가 집중되어 있는 것은 문화적 환경의 특수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게임 이용 장애의 존재를 인정하는 해외 연구 논문 및 토론 중 상당수가 이 한국과 중국의 사례를 들고 있고, 이중 셧다운제는 국가에서 시행한 대표적인 게임 이용 장애 대책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ICD-11의 게임 이용 장애 등록에 대해 국내에서는 다양한 단체들이 목소리를 내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이전부터 정신 의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 미국을 비롯한 해외 국가에서는 그다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DSM-5 소개(자료출처-게임동아)

우선 중국과 함께 세계 게임 시장의 중심인 미국은 ICD-11의 질병 코드를 수용하지 않는다. 미국 의학계는 미국정신의학회(APA)의 'DSM'를 표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

현재 'DSM-5'까지 개정된 'DSM'은 미국정신의학회(APA)에서 편찬하고 있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에 대한 편람으로, 정신질환의 진단 기준을 통칭하는 일종의 정신질환 분류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DSM-5는 ICD와 함께 WHO의 질병 진단의 기준이 되는 자료로 사용될 만큼 그 권위가 높은데, 이 DSM-5에서는 게임 중독을 섹션3에 소개하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질병 단계로 판단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미국 LA에서 개최된 'E3 2019' 현장서 만난 해외 기자들 중 상당수는 ICD-11의 '게임 장애 코드' 등록 사실에 대해 모르거나, 크게 상관치 않는 반응을 보였다. WHO의 ICD는 단순 분류에 불과하고, 실제로 의학계에 접목시키는 것은 해당 국가의 문제이며, 각종 총기 난사 사건에 게임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는 하지만, 이는 하나의 주장일 뿐 확실한 증거나 사례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렇듯 해외 국가에서 게임 이용 장애 코드 등록 이슈에 대해 다소 느슨하게 대응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이미 ICD-11의 게임 이용 장애 코드 등록을 시작으로 벌써부터 게임이 중독 물질로 규정되었다고 선전하며, 이를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발 빠르게 나선 곳은 의외로 한의학계다. 몇몇 한의학 병원에서는 게임 중독은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며, 최신 기술 연구를 통해 침과 한약 그리고 추나, CST 등의 치료로 성인에 비해 게임 중독에 취약한 청소년들의 뇌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치료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청소년기 우울증과 화병 등을 지니고 있으면 집중력 등의 통제력이 떨어져 더욱 심한 증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문구까지 더해 학부모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 한방 클리닉의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기본 상담부터 뜸, 침, 아로마, 각종 약 처방에 이르기까지 치료 패키지는 월 수 십 만원, 기간에 따라 수 백 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서양 의료 단체를 대표하는 WHO의 정신 의학 연구와 한의학의 연관관계가 얼마나 깊은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신경정신과 전문의도 아닌 전국에 190여 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불과한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도 않은 게임 중독을 치료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한의학 계열 병원에서 정신 관련 치료를 받아도 기록에 남지 않는다는 이점이 크게 작용한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기준에 따르면 한방치료는 '정신·행동장애'가 아닌 '특수목적 코드'로 분류되어 있어 구체적인 진단명이 남지 않는다.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 항우울제 소비량은 조사대상 28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적고, OECD 평균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정신과 진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기 때문으로, 환자 상당수가 치료보다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는 걸 더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신 치료 이미지(자료출처-게임동아)

특히, 환자가 진료 기록이 남길 원하지 않을 경우 건강보험을 청구할 때 정신과 질환으로 기록되는 F 코드 대신 병명이 기록되지 않는 Z 코드를 쓸 수 있도록 할 수 있지만, Z 코드는 약물 처방이나 검사를 받을 수 없고, 오롯이 상담만이 가능하다. 이는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에게 큰 부담으로 적용되는 부분으로, 이 덕에 '게임 중독'에 공포심을 가진 많은 부모들이 한의학 정신 치료를 찾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차라리 마약을 빼서라도 게임을 4대 중독으로 넣어야 한다"는 과거 정신과 의사의 발언처럼, 게임 중독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 갖은 애를 쓴 정신의학계이지만, 정작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한의학계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ICD-11은 국내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WHO나 해외 정신 의학계에서 ICD-11은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는 기준이며, 게임 이용 장애의 활발한 연구를 위해 코드가 등록되었다고 밝혔음에도 국내에서는 이미 게임 중독이 현실화되었다고 주장하는 단체와 이를 반박하는 게임 산업 종사자들의 반발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 해당 기사는 [게임 질병의 시대 ①] 게임은 질병 인가?- 4부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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