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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인문학? 사이버선 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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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인문학? 사이버선 양지!

입력 2008-10-15 02:57수정 2009-09-2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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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료 온라인강좌 인기 폭발

직장인 고옥재(36·여·경기 부천시 오정구) 씨는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틈날 때마다 컴퓨터와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그의 이어폰에서는 음악이나 영화가 아닌 철학과 논리학이 나온다. 온라인 인문학강좌다.

‘인문학의 위기’ 시대에 온라인이 인문학 대중화의 창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터넷만 연결하면 아무 때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데다 오프라인 강좌보다 수강료도 싸다는 장점 등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급증하는 온라인 인문학도(學徒)=대표적인 온라인 인문학강좌 사이트인 ‘아트앤스터디(www.artnstudy.com)’에서 고 씨처럼 철학과 역사학, 문학, 건축과 미술 등의 강의를 듣는 회원은 4만4000여 명이다. 유료강의를 듣는 회원만 3만여 명에 이른다.

유료회원 규모는 2001년 6월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 300여 명에서 10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30개로 시작했던 강좌는 170여 개로 늘었고 연간 1000만 원도 되지 않았던 매출 규모는 연간 6억 원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올해 4월에는 후발업체인 ‘교양과 행복(iamhappy.tv)’이 같은 분야의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인문학에 빠지는 사람들은 직업과 연령별로 몰려 있지 않고 ‘성분’이 다양하다.

교육을 목적으로 강의를 듣는 수강생이 많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아트앤스터디의 경우 대학(원)생(28.0%)과 교사(9.51%)는 모두 37.51%이며 나머지는 회사원(27.46%)과 주부(18.93%), 자영업(3.33%) 등 인문학이 실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연령별로도 20대(34.33%)와 30대(32.11%), 40대 이상(30.73%)이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다.

▽인문학에 대한 갈증을 쉽게 풀 수 있어=2007년 5월 아트앤스터디의 회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29명 중 68%(293명)가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온라인 인문학강좌를 듣는 이유로 꼽았다. ‘반복 수강이 가능하다’(12%)와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다’(9%), ‘저렴한 가격’(8%)이 뒤를 이었다.

오프라인에서 2개월 동안 매주 한 차례 2시간 인문학강의를 듣는 수강료는 11만 원 수준이지만 3개월 동안 같은 강사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데 드는 비용은 4만∼5만 원가량이다.

2007년 여름부터 회원이 된 영상분야 프리랜서 류정렬(28·서울 마포구 서교동) 씨는 “대학 때 제대로 인문학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게 아쉬워 오프라인 인문학강좌를 들었는데 지난해 여름부터 시간 제약이 없는 온라인으로 옮겨오게 됐다”고 말했다.

학원강사 유동현(26·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씨는 ‘풍부한 콘텐츠’를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는데 사회에 나온 뒤 재교육 차원에서 온라인 인문학강의를 듣고 있다”며 “인식론과 윤리학, 정신분석학, 논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들을 수 있어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철학이 가장 인기=온라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문학은 철학이다. 아트앤스터디의 분석에 따르면 2001년 6월∼2008년 10월 인기강의 상위 10위에는 철학 강좌가 4개나 들어 있었다. 정신분석학과 역사학 강의가 각각 2개, 논리학과 시 강의가 하나씩이었다.

최고 인기 강의는 철학아카데미 원장인 이정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의 ‘철학사 입문코스’였다. 김석 박사의 ‘라캉의 정신분석학 입문’, 박정하 성균관대 교수의 ‘논리학입문’, 김지하 시인의 ‘살아 숨쉬는 생태시 강의’ 등이 10위 안에 포함됐다.

이 원장은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뒤 얼굴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선생님께 배웠습니다’라며 인사하는 경우가 많아질 만큼 온라인이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지금 전국 곳곳에 인문학을 즐길 수 있는 오아시스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온라인이 그런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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