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뇌진탕’인데 계속 뛰게한 이란…“말도 안돼” 비판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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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1월 22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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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주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2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에서 동료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의 머리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쳤다. ⓒ(GettyImages)/코리아
이란의 주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2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에서 동료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의 머리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쳤다. ⓒ(GettyImages)/코리아
경기 도중 뇌진탕 증세를 보인 선수를 곧장 교제하지 않은 이란 축구대표팀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1일(한국시간) 오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잉글랜드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가 열렸다.

이란의 주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는 전반전 킥오프 이후 10분도 지나지 않아 동료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의 머리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쳤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베이란반드는 코에 출혈을 보이며 일어나지 못했고, 누운 채 10여 분간 치료받았다.

이후 일어난 베이란반드는 골대 앞에 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다시 주저앉았다. 결국 뇌진탕이 의심돼 전반 20분경 백업 골키퍼인 호세인 호세이니로 교체됐다.

스포츠 매체 디애슬래틱에 따르면 이란 대표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베이란반드가 ‘심각한 뇌진탕’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케이로스 감독은 “코가 부러진 것과 관련된 출혈로 보였다”며 “교체를 위한 준비를 마쳤을 때 출혈이 멈췄고, 그래서 더 뛸 수 있을 것이라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진탕으로 보이는 일부 증상이 있었지만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데 1분 후 선수는 더 뛸 수 없는 상태가 됐고, 심각한 뇌진탕을 겪었다. 추가 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동료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의 머리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친 뒤 치료받고 있다. ⓒ(GettyImages)/코리아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동료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의 머리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친 뒤 치료받고 있다. ⓒ(GettyImages)/코리아
경기를 중계하던 영국 공영 BBC방송의 해설위원이자 잉글랜드 대표 출신 저메인 제나스는 케이로스 감독이 즉각 베이란반드를 교체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가 머리를 다친 순간부터 경기장에 있으면 안 됐다”고 비판했다. 제나스는 “감독에게 이 선수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지금 고려할 요소가 아니다”며 “베이란반드는 억지로 뛰는 것 같았다.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르면 선수의 뇌진탕이 의심될 경우 즉시 경기장 밖으로 빼낸 뒤 추가 검사에 들어가야 한다.

FIFA는 이번 대회부터 뇌진탕 증상을 잡아낼 수 있는 전문가들을 관중석에 배치했다. 또 각 팀 의료진이 충돌 장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영상을 볼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안전 규정에도 베이란반드가 계속 경기를 뛰는 일이 발생하자 FIFA 규정이 유명무실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출신이자 방송 해설가인 앨런 시어러는 “경기에서 나오고 싶다고 말하는 선수는 없다. 의료진은 10분 이상 그의 상태를 살펴봤다. 그라운드 밖에는 영상을 보면서 그라운드 안 의료진에게 조언해줄 별도의 의료진도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라고 지적했다.

뇌진탕 방지 등을 주창하는 영국 시민단체 헤드웨이의 임시회장인 루크 그릭스는 성명을 통해 “FIFA 월드컵에서 뇌진탕 보호 규정이 처음 시행된 사례였지만 처참하게 실패했다”며 “베이란반드는 1분이 아니라 1초도 경기장에 머물러서는 안 됐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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