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딸 23년간 돌보다 지쳐 결국 살해한 母 징역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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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9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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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조현병을 앓던 딸을 23년간 돌보다 살해한 어머니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60대 A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 씨는 딸 B 씨가 중학생이던 시절 조현병 및 양극성 정동장애 등 질병을 앓게 되자 직장을 그만두고 23년 동안 B 씨를 정성껏 돌봤지만, B 씨의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지난 5월 잠자던 B 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 씨는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 복용을 거부하고 심한 욕설과 가출을 일삼는 등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측 변호인은 A 씨가 당시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등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딸 B 씨를 살해한 것은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가 조사에서 “남편이 있으면 딸을 살해할 수 없어 남편이 없을 때 살해했다”고 말한 점 등을 이유로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여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던 피해자를 정성껏 보살펴 왔다 해도 자녀의 생명에 관해 함부로 결정할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다만 “계속된 노력에도 피해자의 상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차츰 심신이 쇠약해져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면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보호의 몫 상당 부분을 국가와 사회보다는 가정에서 감당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런 비극적인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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