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맞춤형 암치료 시스템으로 ‘삶의 질’ 높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세계 선도 의료 한국] - 고대안암병원 암센터
다학제 협진, 빅데이터 분석… 개인별 최선의 치료법 적용
최소 절개 내시경-로봇 수술… 후유증 적고 회복 속도 빨라

60대 여성 김모 씨는 5년 전 폐암 진단을 받고 표적치료제로 암 치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증세가 호전되는가 싶더니 내성이 생겨 악화됐다. 다른 항암제로 바꾸고 방사선 치료를 진행하는 등 수차례 치료법을 바꿨다. 이제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어 부작용이 강한 화학항암제를 사용해야 할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이후 고려대안암병원 암센터가 김 씨에게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실을 혈액검사로 확인하고 적합한 항암제를 사용한 뒤 건강을 회복했다.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 정밀의학은 암 진단과 치료의 새로운 국면을 찾아낼 돌파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밀의료가 발전하면 암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암 치료 부작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 사회가 부담할 의료비도 감소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편익이 커지는 것이다. 암 정밀의료의 보편적 적용을 통해 데이터가 축적되고 고도화될수록 암 환자들에게 질 높은 삶이 보장될 수 있다. 미래 암 치료의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과정에서 고려대안암병원 암센터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포괄적 암 치료로 해외 환자 유치


고려대안암병원은 2017년 현재의 위치로 암센터를 확장 이전했다. 당시 이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등록한 환자 수는 2017년 연간 3600명에서 2019년 4500명으로 증가했다. 연인원으로는 2017년 외래 1만1000명, 입원 6700명에서 2019년 외래 2만2500명, 입원 1만3000명으로 2년 만에 2배로 늘었다. 암 치료 역량을 점차 인정받고 있는 것.

국내 환자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많은 암 환자들이 이 병원을 찾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1400명의 해외 암 환자들이 안암병원 의료진의 치료를 받았다. 외국인 암 환자 중에서는 몽골인이 가장 많고,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환자가 2, 3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아랍국가에서 찾아오는 암 환자들도 늘고 있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도 해외 환자들이 찾아올 만큼 국내 의료진의 암 치료 성적은 훌륭한 편이다. 수술·항암제 등 치료법이 표준화되면서 국내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5년 이상 장기 생존한다. 또한 암 치료 패러다임도 단순한 암 제거나 생존기간 연장에서 환자의 삶의 질 향상으로 바뀌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암센터의 맞춤형, 포괄적 암 치료가 주목받는 이유다. 안암병원 암센터는 환자 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치료의 모든 과정을 환자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는 환자 참여형 다학제 협진과 후유증을 최소화한 로봇수술, 전문적인 관리로 ‘환자 중심’ 치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또 의료의 양보다 질에 무게를 두고 적정 진료, 맞춤 의료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 결과물이 포괄적인 ‘개인 맞춤형’ 암 치료. 암 환자의 긍정적인 치료경험이 생존율 향상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안암병원 암센터는 환자의 암 진단부터 치료, 생존 후 관리까지 환자와 소통하면서 최적의 치료법을 구현하고 있다.

다학제 협진팀의 장점은 암 진단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데 있다. 고려대안암병원의 다학제 협진팀은 1989년 두경부암 협진팀부터 시작했다. 현재는 대장암·유방암·위암·간암·혈액암 등 11개 협진팀이 매주 1회 이상 모여 최선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장기 치료가 필요한 중기 혹은 말기 암은 환자와 보호자가 다학제 협진에 직접 참여해 치료법을 고민한다. 우선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이 예상되는 결과에 따라 치료법의 순위를 매긴다. 이후 환자가 본인 나이나 사회경제적 환경을 고려해 치료법을 선택하는 식이다. 환자가 스스로 치료목적과 효과를 이해하면 치료 참여율이 오르고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첨단장비 기반 ‘최상의 수술법’ 적용

수술에서는 내시경과 수술용 로봇 등을 활용한 최소 침습, 최소절개를 추구한다. 수술 뒤 빠른 회복과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가장 최신의 수술용 로봇 다빈치SP를 도입했다. 다빈치SP는 2.5cm 크기의 1회 절개만으로 수술이 가능하다.

구조적으로 칼을 대기 어려운 방광암, 전립선(샘)암, 직장암 치료에서 로봇수술 수준은 세계적이다. 이 병원은 직장암 로봇수술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입 안으로 로봇 팔을 넣어 갑상선(샘)암을 치료하는 ‘로봇경구갑상선(샘) 수술’도 처음 개발했다.

근치적 방광 절제술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시행했다. 이 밖에 흉터 크기를 10분의 1로 줄인 ‘로봇 유방 재건술’ 등 4300회 이상의 로봇수술을 시행해 암 환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방사선 암치료기 핼시온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핼시온 2.0을 아시아에서 처음 도입했다. 핼시온은 영상유도 기반의 체적변조 방사선 치료를 위해 특화된 기기. 개별 환자에게 맞춘 최적의 치료계획을 통해 최소의 방사선량으로 높은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존 장비보다 치료시간을 단축했고, 방사선량 전달 오차를 최소화해 안전성을 높였다. 전립선암의 경우 자기공명영상(MRI)과 초음파영상을 융합한 특수 장비를 도입해 의심 부분만 선택적으로 검사해 정확도를 높였다.

암 치료 중에도 임신능력을 보존할 수 있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가임기 여성에서 항암·방사선 치료 전 난자를 보관하거나, 난소를 냉동 보존한 뒤 치료 후 복원하는 방식이다. 대상 환자가 있으면 산부인과 협진팀은 환자의 치료 일정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즉각적인 진료에 들어가고 있다. 또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암 환자와 보호자는 별도로 마련된 정신종양클리닉에서 전문의와 1 대 1 맞춤 상담을 받을 수 있다.

○ 미래 암 치료의 열쇠 ‘정밀의료’ 도입 가속화

고려대안암병원은 미래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는 정밀의학에 집중하고 있다. 정밀의료는 유전체 정보와 생활환경, 습관 정보를 토대로 정밀하게 환자를 분류하고, 각각의 특성에 맞는 치료법을 제공하는 차세대 의료서비스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현재 안암병원에서는 국가전략프로젝트 정밀의료 분야에 선정된 2개 사업단이 있다. 이들은 새로운 암 진단 및 치료법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유전자 분석기술을 활용하면 똑같은 암도 수술이 나을지, 방사선 치료가 효과적인지, 적합한 항암제가 어떤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

안암병원 암센터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유전성암클리닉을 새로 확장 이전할 암센터에서 본격적으로 활성화할 예정이다. 최근 암의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있고, 가족 내 비슷한 유형의 암을 가진 환자들이 늘고 있다. 암 환자가 유전성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NGS패널검사를 통해 해당 유전자의 변이를 확인한다. 동일한 유전자 변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가족들의 유전자검사도 진행한다. 같은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는 경우 발생 위험이 있는 암에 특화해 예방 및 조기발견을 위한 다학제 진료가 이뤄진다. ○ 8월 최첨단융복합 의학센터로 이전… 새 도약 다짐

현재 고려대안암병원 암센터는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 안암병원은 현재 신축 중인 최첨단융복합 의학센터의 일부 공사구간을 올 6월 말 마무리할 예정이다. 8월에는 새로운 공간으로 암센터가 이전된다. 단순히 하드웨어의 변화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변화도 계획하고 있다. 공간의 이동뿐 아니라 여러 의료서비스를 확충해 환자들의 눈높이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병원이 환자와 함께 암을 극복해가는 동반자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취지다. 새로운 암센터에는 환자들을 위한 별도의 물품 보관함, 휴게 공간 등 항암주사 시 장시간 이용에도 불편함이 없도록 편의시설이 마련된다. 환자 동선을 고려해 항암제 투여시간별 구역 구분도 이뤄진다.

암센터는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뿐만 아니라 질병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암센터는 환자에게 다가서는 방법의 하나로 ‘디자인 씽킹’을 적용하고 있다. 암센터 전체 의료진이 참여한 디자인 씽킹 워크숍을 통해 진료과정 중 환자 입장에서 불편한 부분을 찾고,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그 결과를 적용한 진료 프로세스를 개발해 정확하고 안전한 첨단진료를 개발할 계획이다.

암을 극복한 환자들을 자원봉사자로 임명해 다른 환우를 돕는 자원봉사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암 치료와 극복과정에서 선배 환우들로부터 희망을 얻고 함께 건강과 활력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안암병원에서 대장암 치료를 받은 대장암 환우들이 ‘장사랑회’를 구성해 재활을 돕고 있다. 2016년부터는 매년 기부금을 조성해 소아암환자들에게 치료비를 전달하고 있다.

암 치료 과정은 전문분야 진료는 물론 암 환자 교육과 전인적 케어를 포함한다. 병원에서 실시하는 모든 차원의 의료 서비스를 환자와 가족에게 제공하는 포괄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암센터에서 진단과 치료, 예방관리, 연구, 교육이 모두 이뤄지는 것도 고려대안암병원 암센터의 장점이다. 암센터에 새로 마련될 ‘로제타 홀 라운지’는 암 환자나 가족들이 의료진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는 사랑방이 될 것이다. 암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미처 듣지 못한 정보를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다.

안암병원 암센터 관계자는 “포괄적 암 치료를 실현해 환자가 편안한 치료 여정을 완주하도록 힘껏 돕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세계선도의료한국#의학#건강#고려대#안암병원#암센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