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기술 넘치는데… 왜 지구는 여전히 아픈걸까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4-24 03:00수정 2020-04-2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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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포집기’ ‘바이오 숯’ 등 새 기술 나올 때마다 정책만 진화
실천 가능한 강력한 대응은 안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실증단계…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 아직 없어
캐나다 스타트업 ‘카본 엔지니어링’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바로 땅속에 저장하기 위해 계획 중인 대규모 이산화탄소 포집기의 상상도다. 기후변화를 막을 기술은 아직 상용화에 접어들지 못했음에도 전 세계와 각국의 배출 감축 목표에 포함되고 있다. 카본 엔지니어링 제공
1970년 4월 22일 지구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지구의 날’이 제정된 후 인류는 기후변화를 막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1992년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회의에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UNFCCC)’을 체결했고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협약’으로 이어졌다. 이들 협약이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전 세계적 의지를 담았다면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를 실현할 구체적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산화탄소 포집기술(CCS)과 바이오에너지 기술, 지구공학 기술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지구를 지키려는 국제적인 노력과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와 지구 환경 파괴는 걷잡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기술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인류의 낙관적 믿음이 오히려 더 강력한 대응과 실천을 미루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따끔한 경고도 나온다.

○다섯 단계로 진화하는 기후변화 정책

덩컨 매클래런 영국 랭커스터대 환경센터 교수 연구팀은 이달 20일(현지 시간) 기후변화 정책과 기술 발전이 함께 이뤄진 결과 오히려 기후변화를 막는 강력한 실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 정책이 새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다섯 단계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가장 앞서 열린 리우회의에서는 기후변화를 완화할 기술적 방안으로 원자력 발전과 에너지 효율 개선이 제시됐다. 하지만 각국은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인 탄소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합의와 전략 마련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 뒤 CCS가 나오자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은 2012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배출량보다 평균 5.2% 줄이자고 명시했다. CCS는 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은 뒤 높은 압력으로 액체로 만들어 땅속에 묻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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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S는 다시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기술(BECCS)’로 거듭났다. BECCS는 이산화탄소를 잘 빨아들이는 나무를 키워 바이오매스로 태워 에너지를 얻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CCS로 저장하는 기술이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회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5)에서 BECCS가 소개되며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ppm으로 낮추는 계획이 제시됐다.

2012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지구가 지금까지 배출한 탄소 전체를 관리하자는 ‘탄소예산’이 등장했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땅에 묻는 기술과 식물을 심어 이산화탄소 저장량을 늘리는 방안, 나무를 가열해 만든 ‘바이오 숯’으로 탄소를 대량 흡착하는 기술들이 무더기로 등장했다.

2014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5차 종합보고서에는 ‘지구공학’이라는 기술이 처음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지구공학은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기온 등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기술이다. 대기에 에어로졸 입자를 뿌려 햇빛을 차단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강력한 실천 유예시키는 ‘기술 착시 효과’

문제는 이들 기술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는데도 IPCC 보고서나 각국 기후정책에 무분별하게 예상 배출 감축량이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기술 착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응 기술로 손꼽히는 CCS도 각국에서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는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6년 발간한 보고서는 CCS가 이산화탄소 감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단일 기술이지만 2050년에서야 전체 감축량의 14%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클래런 교수 연구팀은 논문에서 “아직 효과가 나타난 기술이 없음에도 예측치 분석이나 정책 시나리오 모델에 계속 포함되면서 각국이 기후변화 관련 강력한 실행 조치를 미루는 상황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정부가 2016년 파리협약 이행을 위해 제시한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보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기술(CCUS)을 통해 온실가스 2820만 t을 감축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CCUS는 이산화탄소 포집과 이를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을 아우르는 용어다. 하지만 2018년 발표된 새 로드맵에서는 감축분은 1030만 t으로 줄었다. 하향된 목표치마저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30년까지 추진하는 ‘ECC2030’ 사업이 지난해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며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매클래런 교수는 “신기술에만 희망을 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며 “실질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정치, 사회, 문화의 변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지구의 날#기후변화#환경 보호#유엔 기본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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