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타고… ‘빅백’이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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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감성으로 되살아나

에르메스가 파리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20 봄여름 컬렉션 무대에서는 어깨에 부드럽게 감기는 둥근 호보 스타일의 빅 백이 시선을 끌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에르메스가 파리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20 봄여름 컬렉션 무대에서는 어깨에 부드럽게 감기는 둥근 호보 스타일의 빅 백이 시선을 끌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맥시멀리스트(maximalist)가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지는 세상이다. 하지만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는 모노그램 패턴과 청청(靑靑) 패션의 부활에 이르기까지 패션계 전방위로 무르익은 레트로 무드는 결국 오버사이즈 백을 다시 무대 위에 올려놓았다. 작아지다 못해 가방인지 열쇠고리인지 분간이 안 가는 깜찍한 마이크로 사이즈로까지 축소됐던 미니 백 열풍 속에서 소지품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스타일리스트 레이철 조의 블로그 ‘더조리포트’는 “이제야 겨우 이 작은 가방에 뭘 넣고 뺄지 절제하는 법을 배웠다 싶었는데 유행이 지나가 버렸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웬만한 잡동사니를 다 집어넣어도 넉넉했던 1990년대 스타일의 큼지막한 가방이 밀레니얼 감성으로 되살아나면서 크기가 슈퍼사이즈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이다. 수납공간이 넉넉한 가방을 캐리올 토트(carryall tote)라고 하는데 올해 보테가 베네타, 펜디, 에르메스 등의 봄여름 컬렉션을 장식한 가방은 소지품 정도가 아니라 세간을 통째로 넣어도 될 만큼 거대한 가방(carry-your-life-with-you tote)이다.

장담하건대 어떤 가방이든 들까말까 망설이는 이유가 크기 때문이라면 올해는 안심해도 좋다. 가방 사이즈에 대한 한계에 도전하는 듯한 XXL 백 컬렉션을 두고 ‘보그’ 같은 해외 패션 전문지들은 선택의 기준을 명료하게 제시한다. “크면 클수록 더 좋다.”

플로럴 프린트의 디올 빅 백(왼쪽 사진)과 라피아 소재의 펜디. 각 업체 제공
플로럴 프린트의 디올 빅 백(왼쪽 사진)과 라피아 소재의 펜디. 각 업체 제공
그중에서도 보테가 베네타의 자신감은 단연 돋보인다. 인트레차토(격자무늬 가죽 직조 기법)를 확대 재해석한 ‘카세트 백’으로 새바람을 일으킨 대니얼 리는 가방 사이즈도 맥시로 키우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분명히 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적어도 대니얼 리만 보자면 정말로 빅 백은 다시 돌아왔다”고 말한다.

그를 통해 볼 수 있는 올해 오버사이즈 백의 특징은 엄청난 크기와 대비를 이루는 부드러움과 가벼움이다. 딱딱하고 묵직한 큰 가방은 잠시 제쳐두자. 자연스러운 곡선형 핸들을 가진 유광의 맥시한 가죽가방은 무심히 툭 어깨에 메기만 해도 절로 시크해지는 빅 백의 감성을 살리면서도 데일리 백으로 선택하기에 부담이 없다.

무심하게 걸치기만 해도 멋스러워 보이는 빅 백의 묘미를 보여주는 보테가 베네타의 가죽 빅 백. 슬링 형태와 올해 주목받는 그린컬러가 돋보인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무심하게 걸치기만 해도 멋스러워 보이는 빅 백의 묘미를 보여주는 보테가 베네타의 가죽 빅 백. 슬링 형태와 올해 주목받는 그린컬러가 돋보인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몸에 둥글게 감기는 보테가 베네타 빅 숄더백은 이미 해외 스트리트패션을 장식 중이다. 에르메스가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대형 호보 백 역시 이런 트렌드를 보여준다. 뭐든 끝없이 들어갈 것 같은 크기로 압도하지만 몸의 움직임에 따라 굴곡이 흐르듯이 변모하는 원형의 부드러움과 경쾌함을 유지한다.

그동안 미니 백의 강세 속에서도 리애나, 제시카 알바를 비롯한 할리우드 셀럽들의 선택을 받으며 꿋꿋하게 완판 행진을 이어간 디올의 오버사이즈 캔버스 백 ‘북 토트’도 넉넉한 가방이 필요했던 이들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레트로 감성을 극대화한 2000년대 초반의 로고 플레이를 되살려와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 가방은 올해 주목할 키워드인 ‘플로럴(floral) 프린트’ 등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뉴컬렉션의 특색을 가미하며 더 새로워졌다. 펜디 역시 휴양지 느낌의 라피아나 부드러운 스웨이드 소재를 사용해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빅 토트를 다양하게 선보여 선택의 폭을 넓혔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빅백#밀레니얼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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