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교육-장애인 길 표시, 시민 아이디어로 해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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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디자인 거버넌스’ 5개 성과
생활속 겪는 여러가지 문제, 다양한 사람들 머리 맞대고 토론
초등생용 다문화 보드게임 등 1년만에 실제 적용한 결과물 얻어

서울시 ‘디자인 거버넌스’에 참여해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시민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 ‘디자인 거버넌스’에 참여해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시민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해 4월 서울시 주최로 열린 ‘디자인 거버넌스’ 관련 워크숍에서 이색적인 의견이 나왔다. 이주민 자녀들에게 실시한 현행 다문화 교육이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를 알려주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의견을 내놓은 대학생 한해나 씨(24·여)는 “우리 문화를 일방적으로 주입하기보다는 서로의 문화를 함께 이해하는 방식으로 다문화에 관한 인식을 바꿔 보자”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흥미롭게도 세계 음식의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초등학생용 보드게임 개발로까지 이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디자인 거버넌스’ 사업을 통해 총 5개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이 개발됐다고 13일 밝혔다. 디자인 거버넌스란 시민들이 직접 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털어놓으면 이를 다양한 사람이 참여해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공공사업이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이 사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5개 프로젝트에 학생, 주부, 회사원, 전문가 등 총 5155명이 프로젝트 팀원으로 참여하거나 설문조사, 인터뷰, 투표 등을 마쳤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시민들이 홈페이지에 함께 해결하고 싶은 문제들을 제안하면 담당자의 검토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원단 토론, 모바일을 통한 투표를 거쳐 프로젝트 선정 여부가 결정된다. 한 씨처럼 워크숍에 참석해 의견을 직접 내놓을 수도 있다. 선정된 프로젝트는 해당 주제를 함께 논의하고 싶은 다른 시민들이 참여해 토의, 토론을 통해 해결 방안이 나온다. 다문화 교육을 위한 보드게임은 관련 전문가와 교사, 게임 개발자, 디자이너 등 총 233명의 학생이 게임 기획에 참여하고 테스트를 진행해 완성도를 높였다.

다문화 교육 방식을
바꿔 보자는 문제 제기를 통해 만들어진 초등학생용 보드게임 설명서. 서울시 제공
다문화 교육 방식을 바꿔 보자는 문제 제기를 통해 만들어진 초등학생용 보드게임 설명서. 서울시 제공
교통 약자를 위한 경기장 및 공연장의 길 찾기 서비스도 이번 사업의 결과물이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끄는 가족 등은 운동 경기를 보러 가거나 공연장을 찾을 때 이동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시민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수차례 답사한 결과 경사로 유도 표시, 장애인 전용출입구 안내 표시 등이 새롭게 설치됐다.

이 밖에 △재활용품 분리배출 방법 안내 서비스 디자인 △지하철역 불편 경험 개선을 위한 서비스 디자인 △쉬고 즐길 수 있는 거리공간 디자인이 지난해 활동의 결과물로 공개됐다.

앞서 진행된 프로젝트들은 이미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2018년 책갈피, 스티커 등으로 도서관 방문자의 매너를 당부하는 공공도서관 에티켓 프로젝트의 경우 인천, 경기 수원시 등 54개 도서관에서 활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15일 서소문청사에서 디자인 거버넌스 사업에 참여한 시민들이 모여 결과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디자인 톡톡쇼’를 연다. 이 행사에는 프로젝트별 결과물을 소개하는 패널, 샘플 등이 전시된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담은 카드뉴스도 볼 수 있다.

시는 올해도 디자인 거버넌스 사업을 진행한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의견을 검토한 뒤 2, 3월 시범사업을 선정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매년 시민들의 참여가 다양해지고 의견이 구체화되는 만큼 운영 방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서울시#디자인 거버넌스#사회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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