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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연예 활동 안해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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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연예 활동 안해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

뉴시스입력 2020-01-01 04:52수정 2020-01-01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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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 대양홀서 기자회견...취재진 200명 몰려
오후 4시, 8시 28년만에 팬 미팅 개최

“안녕하세요. 다들 저를 보러 온 것 맞나요?”

가수 양준일(50)이 31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 대양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놀라워했다. 이날 영상 기자를 제외한 취재, 사진 기자만 기자회견에 참여했는데 현장에는 약 200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지금 놀라서요. 세 다섯 분 정도 오실 줄 알았는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했다.

“너무 감사합니다. 머릿속에 있는 나의 이미지와 헷갈리는 상태예요. 일주일 전에만해도 서버였는데, 여러분이 보러 와주신 것이 믿겨지지 않아요. 제 자신에 대한 편견을 버리려 합니다. 여러분들이 저를 아티스트로 봐주시기 때문에, 제 마음 속에서도 받아들이는 중이에요. 봐주시는 이미지에 맞춰가고 있죠.“


양준일은 이날 오후 4시와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두 차례 팬미팅을 연다. 티켓은 지난 20일 온라인 티켓 예매사이트 하나티켓을 통해 예매가 오픈되자마자 순식간에 동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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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은 종합편성채널 JT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슈가맨3’ 출연 때처럼 이번 팬미팅에서 팬들과 대화를 나누고 노래를 하는 무대로 꾸민다.

‘슈가맨’ 출연자이자 이날 기자회견과 팬미팅의 사회를 본 작사가 김이나는 ”시즌 1 때부터 제작진이 섭외를 하고 싶었는데 유난히 연락이 안 됐던 분“이라고 했다.

양준일은 ‘뉴트로 열풍’을 탄 ‘문화적 신드롬’을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양준일은 지난 6일 ‘슈가맨’ 출연 이후에도 자신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다. 원래 일하던 미국 플로리다의 음식점에 되돌아가 서빙 일을 계속했다.

그런데 해당 식당에 한국 팬이 전화를 걸어왔다. 다른 서버가 그 전화를 받았는데 양준일이 바빠 바꿔주기 힘들다고 하니까 ”‘지금 대한민국에 난리가 났는데, 거기서 서빙을 하면 어떡해!’라면서 짜증을 냈다더라“며 웃었다.

지난 20일 팬미팅을 위해 아내, 아이와 함께 한국을 찾았을 때 본격적으로 인기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승무원들이 저를 알아보셨어요. 아이랑 맨 뒤에 타서 마지막에 내리는데 청소하시는 분들까지 알아봐주셨죠. ‘이게 무슨 일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냥 적응하고 있어요. 그런데 적응이 됐나 싶으면 오늘처럼 많은 리포터들이 보러 왔다는 것에 또 쇼크를 받았죠.“

이 같은 팬들의 열광에 양준일의 주변 지인이나 가족들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 와이프도 제가 춤추면서 노래하는 걸 ‘슈가맨’에서 처음 봤어요. 제가 무대 화장을 했을 때 ‘집에 가면 와이프가 저를 못 알아보고 전화번호 달라’고 할 것 같다“라며 웃었다. 답변을 듣고 있던 김이나는 ”참 스위트하다“고 감탄했다.

양준일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들어 있어서 글로 표현을 하고 나눌 수 있으면“하는 마음 때문이다.

자신이 예전에 발매한 음반이 중고 시장에서 고가로 팔리는 것이 놀랐다며 LP를 다시 찍어내고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예전 곡들을 다시 모아 재편곡, 재녹음해서 팬들이 원하는 피지컬 앨범으로 내고 싶다“고 했다.

왜 이렇게 팬들이 열광을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사실 그 질문은 제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머릿속에 포뮬러(공식)가 만들어질 것 같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양준일은 ”저는 여러분에게 ‘저를 왜 보러 오셨죠’라는 질문을 되돌려드리고 싶다“고 반문했다. 김이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춘 적이 없어 여전히 세련된 존재“라고 봤다.

양준일 기사에 선플이 계속 달리는 이유는 온라인 등에서 회자되고 있는 미담 덕도 크다. 양준일은 활동 당시 겸손했고 특히 팬들을 극진하게 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찾아와준 팬들에게 고맙다며 자장면을 함께 나눠 먹고, 항상 허리를 숙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고 기억하는 팬들이 상당수다.

양준일은 ”사실 생각을 하면서 행동한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 분들이 그것을 기억해준다는 것이 고맙고 ‘내가 왜 그랬나?’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들어요.“

앞서 양준일이 ‘슈가맨3’에 출연했을 당시 20대 양준일에게 전하고 싶던 말은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뤄지게 될 수밖에 없어!“라고 이야기했다.

양준일은 지금처럼 상황이 전개될 줄 모르고 한 말이었다고 했다. ”‘네가 인생에서 원하는 그것을 내려놓으면 마무리가 된다’는 뜻이었어요. K팝 스타가 되고자 했던 것을 내려놓으면 현실이 받아들여져서 마무리가 된다는 뜻이었는데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50대로 접어든 지금 20대 때 바라던 K팝 스타가 됐다. ”현실에 무릎을 꿇고 나니 믿기지 않는 상황이 펼쳐져서 굉장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양준일은 뉴 잭 스윙 등으로 장르로 시대를 앞서간 뮤지션으로 평가 받는다. 1991년 데뷔곡 ‘리베카’를 비롯 ‘가나다라마바사’ 등을 불렀다. 하지만 당시 영어 노랫말을 많이 쓰고 춤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활동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 모 직원이 외국사람 분위기를 풍기는 양준일을 향해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는 것이 싫다“고 쏘아붙인 뒤 비자 갱신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양준일을 사회적 차별로 인한 피해자로 보는 분석이 나왔다. 몇 년 동안 국내 문화·사회계 중요 키워드로 통하는 ‘혐오’의 희생양으로 풀이하는 이들이 꽤 된다.

그럼에도 양준일은 항상 대한민국을 그리워했다고 했다.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라는 이유다.

”방송에서 제가 미국에 사는 (식당 주인인) 써니 누나 이야기를 했는데, 언제나 저를 따듯하게 바라봐주고 대해주신 몇분이 계셨어요. 대부분 여성 분들이었죠. 활동 당시에는 노사연 누나, 민해경 누나가 잘해주셨어요. (미용실인) 제니하우스 대표님도 인간적으로 친하죠. 미국인들로부터 받을 수 없었던 대한민국의 따뜻함을 느꼈어요. 제 이야기를 할 때 슬프지 않은 이유예요. 현실이었고, 사건이었을 뿐이죠. 좋은 추억이 더 많아요. 그런 걸 소중하게 여기고 싶어요.“

이날 팬미팅 앞에 모인 팬들은 이유는 각기 달라지만 양준일에게 느끼는 마음은 대체로 한 가지였다. ”그간 양준일의 존재를 알지 못해 미안하다“ ”팬이었지만 떠나게 해서 미안하다“ 등 대체로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양준일은 ”팬들이 미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실 저도 그런 면에서 저도 똑같이 미안해요. 양면성이 있죠. 저도 떠날 수밖에 없었잖아요. 제게 팬들이 있는지조차 몰라 더 미안해요.“


앞서 방송에서 자신의 머릿속에 쓰레기를 버린다고 했던 표현을 다시 인용하면서 ”그 쓰레기 안에는 보석도 있어요. 그 보석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렇게 환영하고 따듯하게 맞이해주는 자체가 (제 아픔을) 녹여줘요. 과거가 저를 더 괴롭히지 않다고 했는데 그렇죠. 그러니까 팬들이 미안한 감정으로 다가올 필요는 없어요. 따듯한 마음 자체가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줘준다“며 미소 지었다.

대신 자신이 고마워 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제 고마운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고마운 마음으로 감히 대한민국을 감싸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대중은 양준일의 솔직하고 투명한 마음씨에 반해 새로운 팬을 자처하고 있다. 인기 이유 중에는 쉰살에도 여전한 ‘꽃미모’도 한몫 차지하고 있다.

여전히 늘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양준일은 먹는 것을 조절한다고 했다. ”서빙 일을 할 때 하루에 14시간씩 일을 해요. 바쁜 날에는16㎞를 걷기도 했죠. 그런데 중간에 뭘 먹지 못해요. 먹으면 졸리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적게 먹어요. 그래야 계속 일을 할 수 있죠.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이기도 합니다.“

뛰어난 패션 감각도 회자되고 있다. ”패션 자체는 타고난 면이 있어요“라고 미소지었다. ”제 몸을 잘 알아서 ‘몸에 뭐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 무엇을 마음 먹고 가게에 가는 것은 아니고 딱 봤을 때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양준일은 최근 유튜브 등에서는 90년대 가수들의 음악 방송 무대를 볼 수 있는 ‘탑골’ 시리즈, 지금은 잊혀진 가수들을 재조명하는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3’을 통해 재발견됐다. 그러자 ”시대가 양준일을 따라잡았다“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류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과 닮은 외모, 패션 감각으로 ‘탑골 지디(GD)’로 불리고 있다. ‘탑골’ 뜻을 잘 모르겠다는 양준일은 지드래곤하고 비교하는 자체는 너무 좋다며 흡족해했다.

하지만 ”지디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팬들이 지디가 톱(가수)인데, 감히 양준일하고 비교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 그 수식어를 싫어한다면 이해해요“라고 했다.

본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면서 다만 ”저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한면만 싫어할 수 있죠. 그건 인정해요. 저도 저 자신이 안 좋아하는 면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그것은 한면이에요. 직접 저를 만나보면 (싫어하는 마음이)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라고 여겼다.

양준일의 신드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이 양준일을 유료회원제 서비스 엘클럽의 광고 모델로 발탁하는 등 광고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뮤지컬계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준일은 미국 생활을 정리할 것이냐는 물음에 ”연예 활동을 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고 답했다. ”조건이 잘 이뤄지면 한국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커요. 여러분들이 원하는 만큼 여러 활동을 하고 싶어요.“

1991년 데뷔한 양준일은 2019년에 ‘선물처럼’ 돌아왔다. 하지만 다 계획했던 것, 스스로 원했던 것들이 아니다.

”방송에 출연하기 전에 제가 걱정했던 것들이 이뤄지지 않았어요. 반대의 상황이 나왔죠. 모든 것이 계획대로 안됐어요. 20대에도 그랬고 지금 50대에도 그렇네요. 하하.“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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