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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으로도 화상 치료 가능… 피부 변색 등 후유증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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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으로도 화상 치료 가능… 피부 변색 등 후유증 적어”

윤영호 기자 입력 2019-11-02 03:00수정 2019-11-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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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6000여명 치료… 자연재생한의원 조성준 원장
지난달 중순 좀 더 넓고 쾌적한 환경을 찾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재 위치로 확장 이전한 자연재생한의원 조성준 원장. 그는 지난 14년간 6000여 명의 화상 환자를 치료해 한의원 가운데 가장 풍부한 임상 경험을 쌓았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의원을 왜 가요. 염증 걸리려고요? 지금 당장 화상센터가 있는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가세요.”

9월 초 인터넷의 한 커뮤니티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댓글이다. 한 화상 환자가 서울 강남의 한의원에서 화상 부위에 침을 맞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 것을 본 한 누리꾼의 반응이었다. 순식간에 불어난 댓글에는 ‘한의원에서도 화상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 댓글처럼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한의사 전체를 매도하는 글도 있었다.

이 환자가 치료를 받은 곳은 한의원으로서는 드물게 중증 화상 환자 치료를 위한 입원실까지 갖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연재생한의원. 지난달 28일 만난 이 한의원 조성준 원장(43)은 “지인의 연락을 받고 비난 댓글을 처음 봤을 땐 화가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한의원의 화상 치료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놓았다.


조 원장은 며칠 후 해당 환자의 얘기를 들어본 후 이를 반박하는 글을 해당 게시판에 올렸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함부로 비난하는 누리꾼들에게 진실을 알리려는 차원이었다. 환자는 그 전에 진료를 받으러 다시 찾아와 “장난스레 올린 글에 그런 반응이 쏟아져 당황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비난 댓글은 사라졌다. 오히려 조 원장을 응원하는 댓글이 올라오는 등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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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환자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한 자연재생한의원은 개원 이후 14년 동안 화상 환자 6000여 명을 치료했다. 화상 환자에 대한 임상 경험이 국내에서 가장 풍부한 한의원으로 꼽힌다. 조 원장은 인터뷰 도중 이들 환자의 하루하루 치료 경과를 찍어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 주면서 설명했다.

치료 수단은 화상으로 인한 상처 회복을 촉진하는 침과 통증을 줄여주고 감염을 막아주는 자체 개발 한방 연고, 한약이다. 조 원장은 한의원 치료의 장점으로 고통스러운 소독을 하지 않아 통증이 덜하고 피부이식 수술을 하지 않으니 피부 변색과 변형 등의 후유증이 덜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런 점에서 어린이 화상 환자에게는 한의원 치료가 적당하다는 것. 물론 조 원장도 “생명을 다투는 중증 화상환자의 경우 산소호흡기가 있는 대형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재생한의원은 2005년 12월 천승훈 원장이 개원했다. 조 원장은 2007년 3월, 원광대 한의대 후배지만 나이는 더 많은 천 원장의 권유로 합류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1년 동안 회사 한의사로 근무한 끝에 뛰어든 새로운 도전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한 이진아 원장 등 세 사람은 이후 함께 밤을 새우다시피 하면서 천 원장이 개발한 화상 치료 방법을 발전시켜 나갔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가슴 졸이는 시간도 많았다. 특히 2007년 8월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50대 여성 전신 화상 환자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조 원장은 “혹시 그 환자가 잘못되면 상급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야 하는 한의원의 의무를 지키지 않은 셈이어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다”면서 “매일 밤 잠이 오지 않아 입원실 한쪽에서 보초를 서면서 때때로 환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숨을 쉬는지 귀를 기울이곤 했다”고 회고했다. 이 환자는 거의 완치까지 간 상태에서 항생제 투여가 필요해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실패도 맛봤다. 지금까지 7명의 환자를 감염 등의 문제로 다른 병원으로 보냈다. 극히 미미한 비율이지만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2007년엔 한의학으로도 화상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자 화상 치료로 유명한 한 대학병원 부속병원 바로 앞에 분원을 설립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2년 만에 그 분원을 폐원했다. 2013년엔 천승훈 원장이 부산에 분원을 설치해 독립했지만 이 역시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천 원장은 이후 돌아오지 않았고, 이 원장도 지난해 독립해 나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는 조 원장 단독으로 화상 치료의 맥을 잇고 있다. 지난달 중순엔 환자들에게 보다 쾌적한 환경을 마련하려는 차원에서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현재 위치로 확장 이전했다. 조 원장은 “화상 치료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긴 하지만 한의원을 거쳐 간 환자들의 격려와 응원으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면서 “화상에도 한방 치료라는 새로운 길이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자연재생한의원#한의원 화상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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