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가 말다툼 뒤 음주운전 신고…“진술만으론 혐의인정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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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4일 0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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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의 증거가 말다툼을 한 대리운전 기사의 목격 진술 뿐이라면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므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려선 안 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일단 인정한다는 법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헌재는 음주운전으로 기소돼 기소유예 결정을 받은 A씨가 이를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처분취소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 새벽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운전면허 정지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61% 상태로 본인 소유 승용차를 약 1m 운전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가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자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A씨가 부른 대리운전 기사는 주차 문제로 말다툼이 생기자 대화 일부를 휴대전화로 녹음하고, 승용차를 주차한 뒤 하차해 2회에 걸쳐 112에 A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음주운전을 입증할 증거는 대리운전 기사의 진술뿐이었다.

헌재는 “대리운전 기사가 제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대리운전 기사가 A씨에게 일방적으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등 나쁜 감정으로 허위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녹음파일엔 A씨가 운전했음을 직접적으로 인정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주차된 승용차를 1m 운전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보면, 대리운전 기사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고 달리 A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음주운전 증거로 음주운전을 목격했다는 신고자 진술이 유일한 경우, 진술 신빙성을 판단할 때 신고 경위, 신고자와 피신고자 관계나 감정상태, 피신고자에게 음주운전을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결정 의의를 설명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참작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피의자는 피해자·고소인과 달리 이에 불복할 방법이 없어 헌재는 헌법소원 심판을 통해 해당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지 판단하고 있다.

헌재가 기소유예 처분을 위헌으로 판단해 취소 결정하면 검찰은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 여부를 다시 결정하게 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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