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참석하는 국무회의 장소가 KIST? 조국 ‘진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0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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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9시 반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 달여간의 논란 끝에 전날 임명된 조 장관이 국무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첫 국무회의다.

이날 국무회의가 열린 KIST는 조 장관 딸의 허위 인턴십 증명서 발급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곳. 청와대는 조 장관 딸의 허위 인턴 의혹이 불거지고 난 이후 KIST를 국무회의 장소로 최종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청와대가 KIST에서 국무회의를 강행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 檢 수사 중인 KIST에서 국무회의 강행한 文


국무회의가 열리기 30분 전 KIST에 도착한 조 장관은 로비에 마련된 차담회장을 지나쳐 곧바로 국무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조 장관은 청와대에서 함께 일했던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등과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일부 청와대 비서관들은 조 장관 관련 의혹을 의식한 듯 힘을 내라는 취지의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KIST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48분. 참석자들은 차담회 장소로 이동해 문 대통령과 담소를 나눴지만 조 장관은 회의장에 머물렀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포함해 전날 새로 임명된 국무위원들을 메인테이블로 불러도 꿈쩍하지 않은 조 장관은 함께 차담회장에 나가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권유에도 거절의 손짓을 보냈다. 한 참석자는 “조 장관은 회의 내내 복잡한 심경인 듯 어두운 표정이었다”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으로 대통령에게 부담을 줬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KIST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것에 대해 청와대는 “오래 전부터 결정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3주 전부터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와 관련된 현장 국무회의를 열기로 하고 KIST 등 복수의 장소를 검토했다”며 “조 장관 관련 의혹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KIST에 국무회의장으로 최종 결정됐다는 통보를 보낸 것은 지난달 26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KIST를 압수수색하기 직전으로 이미 조 장관 딸의 허위 인턴 활동 증명서 발급 의혹이 불거진 이후. 때문에 KIST 측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청와대가 국무회의장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검찰 수사 때문에 실제로 국무회의가 열릴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KIST에서 국무회의를 강행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검찰 수사와 조 장관 본인의 연관성에 선을 그으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메시지에서 조 장관 임명에 대해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은 검찰이 할일을 하고, 법무부 장관은 장관 할 일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 조국 언급 없이 극일 메시지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조 장관을 포함한 신임 장관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겨냥한 ‘기술 독립’을 강조했다. 경제극일 행보로 국정동력을 다잡고 조 장관 임명 이후에도 후폭풍에서 빠져나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오늘 국무회의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비상한 각오와 의지를 담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열게 됐다”며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는 한일관계 차원을 뛰어넘어 한국 경제 100년의 기틀을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마친 뒤 KIST 차세대반도체 연구소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 연구소장의 호소를 들은 문 대통령은 전날 조 장관과 함께 임명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가리키며 “우리 과기부 장관님을 반도체 석학으로 모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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