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안, 정개특위 통과…한국당 “날치기” 반발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9일 1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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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간 첨예하게 대립하며 ‘제2패스트트랙 정국’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던 선거제 개편안이 자유한국당의 극렬한 반발과 진통 끝에 가까스로 처리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 4월30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122일 만에 소관 위원회 심사를 끝내고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은 이날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선거법 개정안을 상정,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19명 중 찬성 11명, 반대 0표로 가결했다.

한국당의 정개특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은 표결 처리에 강력 반발해 기립 방식으로 의사를 표시한 투표 절차에 전원 불참했고, 홍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가결을 선포하자 일제히 회의장을 퇴장했다.

이날 표결 과정에서는 지난번 패스스트랙 정국처럼 여야 간 물리적인 충돌이나 몸싸움은 없었지만, 의결 여부를 놓고 여야 간 거친 고성이 오갔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의결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 가장 본질적인 것은 8월 말에 의결을 안 하면 선거개혁이 어렵기 때문이다”라며 “내년 2월26일 이전에 선거구획정이 끝나야 선거인단이 결정되는데, 선거관리를 흔들지 않으려면 늦어도 12월26일까지 국회에서 어떤 법으로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후보가 등록하는데 선거법이 확정 안 됐다? 이건 엄청난 국회 직무유기”라며 “한국당이 반대의견이 있다면 바른미래당, 무소속을 설득해서 부결을 하시면 된다”고 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연동형비례제 도입 정신에 맞지 않는, 비례대표를 없애고 270석을 지역구로 하자는 ‘청개구리안’을 가져와놓고 논의하자는데 이게 생산적인 논의냐”며 “안건조정위에서 결정했고 본회의 가기 전에 정치협상을 할 수 있고, 또 다른 토론회 기회가 있으니 그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위원장이 용단을 내려서 곧바로 의결절차를 밟아 달라”고 요구했다.

무소속 이용주 의원은 “이번 법안이 4월 총선을 앞두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국회로선 내년 선거에 치를 수 있는 법안 마련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며 “사실상 이번 정개특위에서 법안이 잠정적으로나마 의결돼서 법사위 본회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개특위 모든 의원이 법안 내용 자체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늘 처리해야 할 필요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사실상 표결에 찬성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의 이양수 의원은 “무조건 내년 4월 선거에 꼭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실시해야 하니 거기에 맞춰서 하기 위해 불법이라도 저질러야 한다, 이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라며 “간사 간 합의도 되지 않았는데 위원장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오늘 처리하겠다고 하는 건 날치기하겠다고 통보하는 것이다. 어떻게 날치기를 국회의원더러 용인하라고 하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이 의원은 “(안건조정위원회 구성한 지) 90일이 안 되는데 처리하겠다고 하는 건 날치기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당제를 지원하고 제1야당 지위가 격하되는 체제를 마들어서 독제제체를 만들겠다는 게 말이 되나. 홍영표 위원장은 지금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의회민주주의에 조종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위원장님 너무 잔인하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임을 강조하면서 날치기를, 소수파에 대한 배려가 빠진 독재”라며 “민주당은 독재자다. 역사와 국민 앞에 심판받을 거라 확신한다”고 분개했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은 “선거 일정에 맞춰야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른다고 하는데 이건 본인들이 원하는 룰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가당치 않은 말”이라며 “(여당에서) 후안무치라는 표현을 자꾸 쓰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 시절 ‘선거법은 일방적으로 한 적이 없었다’고 했는데 지금 이게 후안무치 아니냐”고 쏘아 붙였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당에서 빨리 내용을 논의하자고 하는데 절차와 순서에 굉장히 중대한 오류가 있다”며 “예전에도 다수당의 횡포가 심각했지만 권위주의 시대에도 이러진 않았다. 선거법 개정이 아무리 중요하고 긴요해도 선거법을 합의해서 처리하는 관행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 간 공방이 오가면서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홍 위원장은 “정상적 토론이 불가능한 것 같다. 회의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회의진행을 못한다”며 심상정 의원의 패스스트랙 법안을 원안대로 상정, 표결을 제안했다.

표결 소식을 전해들은 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와 일부 의원들은 의원총회 도중 ‘선거법날치기’, ‘조국 사퇴’가 적힌 피켓을 들고 정개특위 회의장으로 진입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날치기 중지하라”고 고성을 지르자,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 조사나 받아라”라고 맞받았다.

나 원내대표는 물리적으로 표결을 막진 않았지만 홍 위원장에게 “어디서 당신네 마음대로 하나. 이게 국회냐”며 “민주당은 법도 없냐”고 개탄했다.

장제원 의원은 민주당과 일부 야당의 합의로 선거법 개정안이 정개특위를 통과하자 손에 들고 있던 국회법해설서를 회의장 바닥에 던지면서 “(국회법이) 쓰레기가 돼버렸다. 민주당과 정의당, 바른미래당 일부는 해설서를 쓰레기통에 버리시라”고 성토했다.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불법 사보임에서 시작된 법은 절대 무효”라며 “국가전복 시도”라고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가결을 선포한 후 “각 당 지도부, 중진의원들을 만나가면서 제가 정개특위 자체만으로 이 논의를 할 수 없으니 정치협상을 병행해서 여야 간 원만한 처리할 5당 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며 “그런데 한국당이 반대한 속에서, 이 의결조차 참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상황 속에 처리했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한국당이 전체회의 소집을 반대해놓고 국회법에 따라서 위원장 권한으로 소집하면 여기 와서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며 “오늘 불가피하게 처리하게 됐는데 한국당이 지금이라도 정치개혁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에 적극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안건이 최종적으로 의결된 게 아니고 시간이 있다. 내년도 4월 선거이기 때문에 늦어도 11월 말에는 선거법에 대한 5당간 합의가 있어야 정상적으로 총선을 준비할 수 있다”며 “한국당은 오늘만 넘기면 내년도 4월 선거는 지금 이대로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으나 이제 그런 태도를 좀 바꿔서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앞서 정개특위 안건조정위원회는 28일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해 찬성 4명, 기권 2명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전체회의로 이관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한국당은 선거법 처리 강행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전날 헌법재판소에 정개특위 안건조정위원회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접수했다. 한국당은 이와 별도로 권한쟁의 심판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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