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논두렁 시계’ 고리로 檢역공…전면전으로 가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8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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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압수수색'에 분노한 與…'피의사실공표'로 檢 저격
윤석열 책임론까지 간접 거론…검찰과 전면전 우려
이해찬 "압수수색은 조국 사퇴 압력…검찰적폐 다시 시작"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해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시한 검찰을 향해 역공에 나섰다.

전날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급작스런 검찰의 압수수색에 당혹감이 역력한 분위기였지만 이날은 분노에 가까운 성토를 공개적으로 쏟아냈다.

특히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한 ‘논두렁 시계 사건’까지 꺼내들며 검찰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언론의 조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검찰의 수사정보 흘려주기에 기반한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나아가 민주당이 검찰에 유출자 색출과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의 책임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자칫 집권여당과 검찰의 싸움으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후 경기 김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전국 원외지역위원장 하계 워크숍 인사말에서 조 후보자 압수수색과 관련해 “제가 보기에는 후보가 스스로 사퇴하기를 바라는 압력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법무부나 청와대도 전혀 모르고 언론만 알게 하고서는 전격적으로 31군데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거대한 작전을 진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벌써 검찰에서 누가 출국금지 됐다는 둥 부산에 있는 어떤 분이 대통령 주치의를 하는 데 기여를 했다는 둥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전까지 나온 것이 언론의 과장보도, 가짜뉴스라고 한다면 어제부터 나오는 뉴스들은 피의사실 유출이라 볼 수 있다. 가장 나쁜 검찰의 적폐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사자를 반드시 색출해야 한다. 피의사실을 유포해서 인격살인을 하고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 때는 있지도 않는 논두렁 시계를 가지고 얼마나 모욕을 주고 결국은 서거하시게 만들지 않았느냐”면서 노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을 거론했다.

논두렁 시계 사건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9년 5월 한 방송사가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나 몰래 1억원 짜리 명품시계 2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한 것을 말한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지만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됐고 이 보도가 나오고 열흘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지난 2015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보도는 국가정보원의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논두렁 시계 사건을 거론한 것은 검찰이 언론에 흘리기식 피의사실 공표를 통해 조 후보자를 압박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나아가 이 대표는 “이렇게 피의사실을 유포하는 자는 반드시 색출하고 그 기관의 책임자까지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기관의 책임자’라는 말로 윤 총장을 겨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인천 남동구 공작기계 업체에서 열란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언론은 취재시키면서 관계기관과는 전혀 협의를 하지 않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며 “이 점이 훨씬 더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고 검찰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재정 대변인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주요 언론들이 이번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문건 내용, 후보자 가족 등에 대한 출국금지여부, 웅동학원 관련 수사상황 등의 내용들을 앞 다퉈 보도하고 있다”며 “이것이 가짜뉴스가 아니라면 결국 검찰로부터 새어나간 정보에 의한 보도일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 대변인은 “피의사실 공표법 위반은 과거 검찰의 대표적인 적폐 행위였다. 흡사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을 보는 듯하다”며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조 후보자 압수수색 대응과 관련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전략의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은 조 후보자의 딸에게 장학금을 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대통령 주치의 선정에 관여했다는 언론 보도가 계기가 됐다.

이날 일부 언론은 전날 검찰이 노 원장의 개인 PC에서 ‘문재인 대통령님의 주치의가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소속인 강대환 교수가 되는데 (내가) 깊은 일역(一役)을 담당했다’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노 원장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조 후보자의 딸에게 12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 장본인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 주치의 선정 과정에서 노 원장이 조 후보자에게 모종의 청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민주당의 대응은 이날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 속에서 언론사가 어떻게 그 문건을 확보했는지가 궁금하다”고 밝힌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설훈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현장 최고위에서 검찰이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린 것으로 판단하면서 “분명히 유출자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검찰이 법을 제대로 집행하고 자신들도 법을 지킨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피의사실 공표가 검찰의 관행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이야야말로 검찰 적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검찰의) 수사기밀이나 수사자료가 의혹을 증폭시키는데 악용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된다”며 “그렇게 되면 검찰 수사는 국민들로부터 또 다른 의혹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고강도 대응에 나선 것은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인해 조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면서 국민 여론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가 검·경 수사권 조정의 법제화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 방안을 발표한지 하루 만에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을 놓고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방해하려는 의도라는 판단도 굳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비공개로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소집했다. 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와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대응 전략을 가다듬기 위한 자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여론전이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폐청산 수사나 사법농단 수사 때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삼지 않았던 민주당의 행보를 놓고 이중적이라는 비판도 예상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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