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에 月20만원 생활비”… 서울市, 내년부터 저소득대상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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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생활고를 겪는 독립유공자의 자녀와 후손에게 내년부터 월 20만 원씩 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독립유공자 본인과 후손 중 한 명에게만 집중된 지원 대상을 소득 수준이 낮은 후손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신설되는 ‘독립유공 생활지원수당’은 내년 1월부터 독립유공자의 2, 3대 후손 중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중위소득 70% 이하인 가구에 매달 20만 원씩 지급한다. 시는 3300여 가구가 수혜 대상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선조들의 명예로운 정신을 이어받으면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에 사는 독립유공자 후손은 3대손을 기준으로 1만7000여 명이다. 서울시는 2017년 독립유공자와 유족 111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공자 후손의 74.2%가 월 소득이 200만 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현재 국가보훈처는 독립유공자 본인과 후손 중 선순위자 한 명에게 보훈 등급에 따라 매달 300만 원에서 700만 원가량 지원금을 지급한다. 서울시가 2013년 신설한 보훈명예수당도 시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본인에게만 월 20만 원씩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는 “신설되는 생활지원수당은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독립유공자의 저소득 자녀와 손자·녀 전체를 대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비뿐만 아니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짓는 국민임대주택을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특별공급하는 물량도 마련됐다. 서울시는 2020년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고덕강일·위례지구의 국민임대주택 178채를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공급하기로 했다. 국민임대주택 사업지구의 전체 물량 3705채 중 5%에 해당하는 양이다.

서울시의 이번 계획에는 국가보훈기본법 등에서 후손 범위인 3대(손자·녀)를 넘어 5대 후손까지 지원 대상에 넣은 내용이 들어갔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독립유공자의 4, 5대 후손 중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100명을 선발해 연간 장학금 300만 원을 지원한다. 또 4, 5대 후손들이 해외 독립운동 사적지를 찾아 자부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1년에 50명씩 선발해 해외 탐방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시 계획에 대해 독립운동가 고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광복회 서울시 지부장은 “물질적 지원보다 후손들의 명예와 자부심을 대우해 준다는 점에서 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지방에 거주하는 독립유공자 후손과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광역자치단체 관계자는 “독립운동 했던 분들의 후손을 지원하는 것이라 나서서 비판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서울시 지원이 이뤄지면 다른 지역 후손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시만큼 재정이 탄탄하지 않은 지방정부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유공자 후손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병호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예우를 다하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상관없이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고 우리는 중앙정부가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공자 후손 지원 확대를 서울시가 선도하면 다른 지역도 동참할 것으로 서울시는 예상하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서울시#저소득자#독립유공자 후손#생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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