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전략 변화냐 일시적 ‘불통’이냐…北의도 파악 분기점

  • 뉴스1
  • 입력 2019년 8월 12일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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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공격적인 대남 비난을 강화했다. 노골적인 비난과 조롱이 섞인 강경한 공세로 인해 올해 안에 남북대화 재개는 어렵다는 관측이 12일 제기됐다.

북한은 전날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 청와대를 향해 “쫄딱 나서서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린다”라거나 “겁먹은 개가 요란스럽게 짖는다”라고 맹비난했다.

북한의 이번 비난의 강도는 지난해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180도 달라진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인 측면이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서는 다른 사안에 비해 비난의 강도를 높인 바 있다.

다만 막말에 가까운 비난은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서는 없던 것이다. 남북관계가 막혔던 박근혜 정부 때도 청와대를 향한 북한의 비난은 있었지만 세 번의 정상회담을 한 청와대를 상대로 한 조롱에 가까운 비난에는 군사훈련 외에 다른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6월 한미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한미 연합 군사연습과 훈련의 시기와 규모를 남북관계 및 북미 대화 전개에 따라 조정했던 것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대화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한 잣대로 한미 연합훈련의 재검토 및 내용 조정을 상정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우리 측에서 한미 연합훈련의 내용 조정에 대한 주도적 입장을 발표했던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이번 비난은 우리 측에 대한 ‘실망감’을 강하게 표출하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정부의 다소 안일한 판단도 북한의 반발을 불러온 원인일 수도 있다. 청와대는 지난 7월 25일 북한이 KN-23 계열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전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무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조선 당국자가 사태발전 전망의 위험성을 제때에 깨닫고 최신 무기 반입이나 군사연습과 같은 자멸적 행위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라고 발언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내용에 대해 “북한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의 발언을 북한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브리핑하는 실책을 저지른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의 위상 등을 감안하면 정부의 판단이 틀린 것 아니냐’라는 질의에 대해 재차 “언론에서 말하는 것을 그 나라의 공식 입장으로 세우고 이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는다”라고 정부 기조를 재확인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무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남조선 당국자는 평양발 경고를 무시하지 말라”라고 했으나 우리 측의 대응은 ‘무시’에 가까웠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이 같은 기조에 대해 남북 간 물밑 접촉 등을 통한 별도의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북한이 언급한 ‘평양발 경고(군사 도발)’은 16일 간 이어졌다. 단거리 탄도 미사일은 물론 북한이 ‘신형 방사포’라고 주장한 발사체의 사거리는 한반도 군사분계선 이남을 크게 넘지 않았다. 한미는 군사훈련의 이름을 정하지 않는 등 ‘로 키’ 대응을 했지만 북한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북한은 그러면서 미국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친서를 보내는 등 대화를 타진했다. 일련의 군사 도발이 우리 측을 겨냥한 것임이 더욱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북미 밀착 행보에 한미 공조를 강조하던 정부의 스탠스가 어긋났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북한이 얼굴이 알려진 당국자(권정근 국장)를 통해 우리 측에 “군사훈련에 대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고 성의껏 하라”라고 요구하는 담화를 발표했지만 청와대는 이를 “미국에 대한 간접적 메시지”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의 보도가 전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청와대의 입장에 이어 여당에서는 아예 권 국장의 담화에 대해 “외무성 국장급 담화는 놀랄 만한 일이 못된다”라고 평가절하 하는 입장이 나오기까지 했다.

차분하고 침착한 대응이라고 하기에는 또 한 번의 ‘판단 미스’가 염려되는 대목이다.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는 채널의 당국자이자 현재 ‘실세’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거쳐간 자리다.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북한의 지난달 25일부터 이어진 군사 도발과 대남 비난 이후 20여 일 만인 이날에서야 “북한이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비판적 입장을 냈다. 북한 눈치보기를 하다가 북한의 태도가 변하지 않자 뒤늦은 입장을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가 정부와 청와대의 판단대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일시적인 반발일지 남측에 대한 태도 변화일지는 이달 말로 예상되는 북미 대화의 전개 상황을 보면 판명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측에 대해 냉랭한 태도를 이어오고 있다.

당시 우리 측이 정상회담 전에 북측에 전한 미국의 입장과 회담장에서 북측이 전달받은 미국 측의 입장이 ‘큰 차이’가 있었고 이에 대해 북측이 우리 측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이라는 소식통의 전언도 있다.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의 정상적인 소통과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쌀 지원도 ‘무기한 보류’됐다. 지난해 총 36차례 열려 2007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던 남북 당국 간 회담은 올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일시적’인 남북관계 정체의 해소는 다소 요원해 보인다는 부정적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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