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안하고 20개월간 8천만원 ‘급여’ 받은 로봇재단 전 본부장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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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9일 15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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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마산로봇랜드 전경. © 뉴스1 DB
경남마산로봇랜드 전경. © 뉴스1 DB
‘감사(監事) : 단체의 서무를 맡아보는 직책. 또는 그 직책에 있는 사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감사에 대한 사전적 의미다.

주식회사의 감사는 상임(상근)과 비상임으로 나뉜다. 일정하게 출근해 정해진 시간에 맡은 일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다. 이에 따라 상임감사는 급여를, 비상임감사는 보수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정창선 경남로봇랜드재단(이하 ‘로봇재단’) 원장이 수년 전 본부장 재직시 경남마산로봇랜드(이하 ‘로봇랜드’)에 투자한 민간회사들의 자산관리 및 업무위탁사(AMC)에 감사로 선임돼 제대로 출근하지도 않으면서 AMC로부터도 급여를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정 원장이 2011년 7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약 20개월간 AMC로부터 감사 급여 8100여만원을 받는 등 로봇재단과 AMC로부터 월급을 이중으로 지급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의 핵심은 ‘상근’이었느냐, ‘비상근’이었느냐이다.

당시 울트라건설이 주도했던 AMC는 경영난을 겪다가 2014년 10월 결국 부도가 났고, 이후 2015년 9월 ㈜대우건설컨소시엄이 로봇랜드의 민간투자회사로 들어왔다.

로봇랜드는 국비·경남도비·창원시비 등 공공부문에서 2660억원, 민간부문에서 ㈜대우컨소시엄이 4340억원 등 총 7000억원을 투자한 민관 합작사업으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일대 125만9890㎡(약 38만평)에 국내 최초로 로봇을 소재로 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확인한 울트라로봇랜드자산관리 주식회사(현 경남마산로봇랜드자산관리주식회사)의 등기사항 전부증명서.2019.8.9.© 뉴스1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확인한 울트라로봇랜드자산관리 주식회사(현 경남마산로봇랜드자산관리주식회사)의 등기사항 전부증명서.2019.8.9.© 뉴스1

로봇재단은 경남도와 창원시를, AMC는 민간컨소시엄의 업무를 각각 대행하고 있다.

정 원장은 9일 <뉴스1>과 통화에서 “AMC로부터 급여를 받은 시기 등은 맞지만 당시 상임감사로 파견돼 근무했다”고 해명했다.

경남도청 감사실은 이 사안을 인지한 뒤 자체 조사를 거쳐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 지난 4월초쯤 경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복무규정 위반이나 직권남용 등 위법성을 확인해 달라는 취지다.

AMC의 정관에는 ‘회사의 감사는 1인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통상 법인 정관에 ‘감사’라 표기하는 경우는 비상임감사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이사 가운데 대표이사나 상임이사를 명확히 표기하듯이, 감사 역시 ‘상임’이라는 표기를 한다는 점에서다.

정관대로라면 정 원장은 당시 비상임 감사여서 ‘급여’를 받아서는 안되는 구조다. 혹 ‘상임’이라는 표기가 누락된 상태로 실제 상임감사 직을 맡았다하더라도 석연찮은 부분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먼저 AMC 출근기록부에 ‘정창선’이라는 이름이 없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서울사무실, 창원사무실 등을 별도로 표기하며 출근부에 각자 출퇴근 상황을 기록해뒀지만 정 원장은 출퇴근 유무를 확인하기에 앞서 이름조차 게재돼 있지 않았다.

또 감사에게 급여를 지급하더라도 로봇재단에서 파견한 만큼 AMC에서 로봇재단에 입금한 뒤 로봇재단이 감사에게 지급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정 원장은 본인의 요청에 의해 개인통장으로 급여를 수급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의혹을 사고 있다. 그가 20개월 동안 받은 8100여만원을 단순 계산하면 매월 400만원가량을 로봇재단 본부장 월급과는 별도로 받은 셈이다.

로봇재단 안팎에선 AMC가 자발적으로 정 원장에게 감사 명목의 월급을 지급하지는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로봇재단 본부장이었던 정 원장이 업무상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AMC에 요구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경남경찰청은 이 같은 혐의로 정 원장을 입건해 4개월째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남경찰청 지능수사대 관계자는 “자금집행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조사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지지부진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그렇지 않다. 이보다 더 오래 걸리는 수사도 더러 있고, 관련 내용을 면밀히 살펴야 하기에 다소 시간이 걸린다”면서 “빠르면 이달 내 (검찰 송치 여부)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울트라건설 주도의 AMC 주주협약서에 ‘자산관리회사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3명의 상근이사 및 1명의 상근감사를 선임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상임감사직을 맡았다”고 주장했다.

정 원장은 “내가 AMC에 파견됐던 것은 당시 로봇재단 원장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며 “또 AMC 설립 전 로봇재단과 울트라건설이 만든 주주협약에 따라 비상근이 아니고 상근감사로 근무를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AMC법인 설립 당시에 ‘상임’감사로 등기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뉴스1>이 9일 AMC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정 원장은 당시에 감사로 등재됐으나 ‘상임’이라는 표기는 빠진 상태였다.

(경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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