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북에서 남북축구… 협회도 선수도 초행인 평양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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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5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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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황의조가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손흥민 등 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19.6.11/뉴스1 © News1
축구대표팀 황의조가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손흥민 등 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19.6.11/뉴스1 © News1
29년 만에 평양에서 한국과 북한의 남자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이라는 공식전에서 맞붙는 의미 있는 이정표가 세워질 전망이다. 흥미로운 원정길이다. 선수들은 물론 행정적인 절차를 처리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도 평양 길은 초행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2일 “북한축구협회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한국과의 홈경기를 평양에서 개최하겠다는 뜻을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전달했다”면서 “10월15일 오후 5시30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겠다는 내용의 공문이 AFC에 접수됐다”고 밝혔다.

축구대표팀은 앞서 7월17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시아축구연맹(AFC) 하우스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 추첨식에서 레바논,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와 H조에 편성됐다. 북한과 한배를 타면서 과연 ‘평양 원정’이 가능할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의외로 북한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 중에는 제3국에서 경기하겠다고 보낸 곳도 있다. (내전 중인)시리아 같은 경우가 그렇다”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의사를 밝힌 셈이라고 전했다. 참고로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과 최종예선에서 남북이 모두 같은 조에 편성됐으나 당시 북한이 한국과의 홈경기를 거부, 3국인 중국에서 경기를 벌인 바 있다.

이제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지난 1990년 9월11일 평양 능라도에서 열린 남북대결 이후 처음으로 평양에서 남자대표팀 간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강산이 3번이나 변할 정도로 적잖은 시간이 흘렀으나 그 사이 남자 A대표팀 간의 평양 대결은 없었다. 가장 가까운 한국 축구의 평양방문은 지난 2017년 4월 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을 위해 여자대표팀이 방북, 김일성 경기장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다.

이번 방문은 2년 전 여자축구대표팀의 방북 때와 비슷한 절차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당시 윤덕여 감독이 이끌던 여자대표팀은 1박2일 일정을 통해 평양 땅을 밟았다.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비자를 발급 받은 뒤 하루 묶고 이튿날 평양으로 재차 이동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에서 원정경기 실무를 담당했던 관계자는 5일 “아무래도 북한을 가는 것이라 통일부과 수차례 협의를 진행해야한다. 일단 ‘방북 승인’이 떨어져야 그 다음 스탭을 밟을 수 있다”고 전했다. 스포츠의 특성상 통일부만의 컨트롤은 또 어렵다.

관계자는 “일정은 서로 조율을 계속해야한다. (통일부)그쪽도 선수단 운영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방북 승인이 나면 기본적인 스케줄은 우리가 짠 뒤 서로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한 뒤 “아무래도 선수단 입장에서는 현지 적응문제 등도 생각해야한다. 하지만 (한국과 유사한)북한이라는 특성상 여러 환경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내부 판단에 따라 또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참고로 경기가 열리는 김일성경기장은 인조잔디 구장이다. 현재 대표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라면 낯선 바닥이다.

그러나 관계자는 “인조 잔디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잘라 말한 뒤 “이미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도 거기(김일성경기장)서 소화했다. 일본도 평양에서 경기하지 않았는가”라는 말로 운영적인 면이나 환경이 크게 불편하진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관계자는 끝으로 “지금 대표 선수들도 평양에서 경기한 적은 없겠지만 협회 직원들도 평양은 다 처음이다. 그때(1990년)가 언제인가. 시간이 많이 지났다”고 말한 뒤 “아무래도 조심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흥미롭기도 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대한축구협회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협회 차원에서 이번 평양 원정과 관련해 크게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 “지난 주말에 통일부 측에서 연락이 왔다. 이제 실무자들 간 미팅 일정을 잡고 향후 스케줄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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