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안보 핑계, 공개적 모욕…군사정보공유 포함해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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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2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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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뉴스1 © News1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뉴스1 © News1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일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절차 간소화 대상) 제외 결정과 관련,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재검토를 포함해 종합적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외교적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측이 일방적인 거부를 한 점, 남북 간 대화가 진전되는 과정에 오히려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는 등의 행태를 보여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경제보복 조치의 이유로 신뢰 문제와 안보를 지적한 것은 ‘한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정조준했다.

김 차장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포함해 앞으로 종합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지소미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은 틀림없이 한일 간 신뢰가 훼손됐다, 전략물자에 대한 우리의 수출 관리 능력 못 믿어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수출규제 조치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소미아는 민감한 정보 교환을 기반하는 협상인데 일본이 우리에 대한 신뢰가 없고 안정보장에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민감한 정보 공유를 지속할 수 있겠다는 건지 일본은 신중히 생각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며 “지소미아에 대해선 여러가지 차원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우리측이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으나, 일본측의 “사실 왜곡과 거부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근거조차 모호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협의해 오려는 우리의 노력은 지난달 일본에서 한미일 고위급 협의를 갖자는 미국측 제의로 처음 시작됐으나 우리는 동의했고 일측이 거절해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는 Δ한국의 한일 양국 수출통제 제도 국제기구 검증 제안(7월12일) 및 양국간 협의 조기 개최 일본 거절 Δ산자부-경산성 담당 국장 간 협의 요청 일본 거절(7월16일) Δ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수석대표간 1대1 대화 제안 일본 거절(7월24일) ΔRCEP 장관회담 제안 일본 거절(7월27일) Δ미국의 현상동결 합의(standstill agreement) 일본 거절 등을 일일이 언급했다.

또한 우리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계기 납북 일본인 문제와 북일수교 관련 일본측 입장을 전달하는 등 일본을 적극 성원했으나 일본이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한미연합훈련 연기 반대, 한반도 긴장 조성 등의 행동을 해왔다며 “일본이 지향하는 평화와 번영의 보통국가의 모습이 무엇인지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 차장은 “이러한 우리의 지속적인 외교적 해결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오늘 백색국가에서 우리를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라며 “수십 년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했던 우리를 안보상의 이유를 핑계로 동 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은 우리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이라고도 지적했다.

특히 김 차장은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특사를 파견하지 않았냐고 비판한 데 대해 “이미 우리 정부 고위인사의 파견은 7월 중 두 차례 있었다”며 “우리측 요청에 따라 고위 인사가 일본을 방문해 일측 고위인사를 만났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명의 우리측 고위급 인사의 일본 방문이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잘 해결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아무 결과가 없었다”라며 “누가 갔는지에 대해 공개하지 않기로 상대방에게 약속해 밝힐 수 없다”고 함구했다.

김 차장은 고위급 교류에서 “당시 우리측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제안하는데 왜 8개월이나 걸려야 했는지 소상히 설명하고 모든 사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개월이 걸린 이유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변호인들과 만나는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한편 김 차장은 이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계기로 “정부는 대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국민들과 힘을 합쳐 이번 위기를 일본에 대한 가마우지 경제체제의 고리를 끊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마우지 경제란 한국의 수출구조에 대한 취약점을 가마우지 새 낚시에 빗댄 말로, 한국이 핵심 부품 등을 일본에서 수입해 다른 국가에 수출하면 정작 이득은 일본에 돌아간다는 의미다.

김 차장은 “동북아 지역은 역사적으로 항상 소용돌이 속에 있어 왔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주변 열강의 자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에 따라 우리 외교는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의 근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하루라도 편안한 날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임오군란, 갑신정변, 청일전쟁, 아관파천, 가쓰라-태프트 밀약, 을사늑약, 한일강제병합 등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한 국가로서 이제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과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동시에 실현한 세계 최초의 국가로 우뚝 섰다”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도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차장은 정부와 기업이 Δ국내 환경 규제·노동 규제와 관련 문제 해결 ΔR&D 투자 대폭 확대 Δ우리 기업의 해외 기술기업 M&A(인수합병) 지원 Δ해외 기술인력 국내 유입 장려책 시행 Δ대기업-중소기업 상생 환경생태계 조성 등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앞으로도 단호히 대응하면서도 외교적인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일 갈등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외교적 노력의 문을 닫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 관계자는 “김현종 2차장을 포함해 관련 공무원들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미국 상하원, 백악관 관료, 행정부에서도 많은 우려를 표명했다”라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국제 무대에서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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