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대착오적 통장 제도 강화, 정치적 의혹 자초하는 수당 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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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월 20만 원 이내인 이장(里長)과 통장(統長)의 기본수당을 내년부터 월 30만 원 이내로 50%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통장 기본수당의 인상은 2004년 이후 16년 만이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16년 만의 인상이라는 점만 보면 50% 인상이 이해되지만 이·통장 제도 중 도시 지역에서 운영되는 통장 제도에 대해서는 폐지 주장이 강하게 제기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뜻밖이다.

기본수당만 인상하는 것이 아니다. 조 정책위의장은 “현재 이(里)와 이장의 경우 지자체에 법령 근거가 있지만 통(統)과 통장은 법령에 명시적 규정 없이 조례 또는 규칙에 따라 운용되고 있다”며 “지자체법에 통과 통장에 관한 근거 규정을 두겠다”고 밝혔다. 농어촌지역의 이(里)만 해도 자연환경에 따라 역사적으로 고정된 경계를 갖고 있고 이장은 마을총회에서 선출돼 주민대표 역할을 한다.

반면 도시지역의 통은 권위주의 시대 주민 통제를 위해 인위적으로 설정한 경계다. 자원해서 열심히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통장이 많이 있지만 통 제도 자체가 주민자치와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분리해서 다뤄야 할 이(里) 제도와 통 제도를 교묘히 묶어 통 제도를 폐지하기는커녕 강화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도시 주민들도 과거에는 주소를 외울 때 동 밑의 통과 반까지 알고 있었지만 도시화의 심화로 사정이 달라졌다. 아파트가 늘어나고 아파트가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를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통 제도는 많은 구역에서 유지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오히려 입주자 중심의 주민자치를 방해한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반 제도는 1990년대 이후 반상회가 관(官) 주도에서 탈피하면서 임의적 성격을 띤 지 오래다.

통장은 보수가 적어 맡으려는 사람이 적다고는 하나 1명을 유지하는 데 현재도 연간 350만 원이 들어간다. 서울시만 해도 통장들에게 지급하는 예산이 연간 300억 원에 이른다. 기본수당을 인상하면 100억 원 이상을 더 지출해야 한다. 통장의 업무 중에는 동에서 맡아서 해도 큰 지장이 없을 것들이 많다. 기본수당 인상 시점이 내년 1월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국에 모세혈관처럼 뻗어 있는 이·통장들에게 선심을 쓰는 게 정치적 논란을 자초하는 일임을 정부 여당은 모르는가.
#기본수당 인상#통장수당 인상#통장 제도 강화#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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