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소문고가, 작년 이상징후 알고도 땜질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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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0월 점검때 7건 결함 확인, 부식 원인분석 대신 외관보수 그쳐
올 3월 콘크리트 떨어지자 정밀진단

6일 오후 서울 서소문고가차도 9번째(P9) 교각의 콘크리트가 떨어진 자리에 내부 철근이 드러나 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6일 오후 서울 서소문고가차도 9번째(P9) 교각의 콘크리트가 떨어진 자리에 내부 철근이 드러나 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중구 서소문고가차도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여 다수의 이상 징후를 확인하고도 땜질처방에 그쳤던 것으로 6일 파악됐다. 서울시는 이후 5개월가량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올 3월 25일 고가차도의 콘크리트 조각이 도로로 떨어지는 박락(剝落)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정밀안전점검에 나섰다.

서울시 서부도로사업소는 지난해 10월 22일 서소문고가차도에 대한 정기점검을 벌였다. 점검 결과 고가차도 전 구간에서 7건의 결함이 확인됐다. 우선 상판을 지탱하는 대들보인 거더를 보강하는 철제 구조물 플레이트가 전 구간에서 약 300개 부식돼 있었다. 점검에 참여한 전문가는 플레이트 부식 원인을 정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가차도의 충정로 쪽 상판 아래 콘크리트 벽면에서는 성인 남성 주먹 2개가 들어갈 만한 구멍도 발견됐다.

하지만 시는 고가차도의 녹 제거나 재도색, 단면 보수같이 외관을 고치는 데에 그쳤다. 고가차도 상당 부분은 철제 패널로 덮여 있어 내부에 다른 결함이 있을 수 있지만 추가 점검이나 원인 규명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4월에는 고가 아래로 하루 평균 열차가 약 600회 다니는 경의선 철도 서소문건널목 윗부분 대들보에서 파손과 누수가 발견됐지만 이를 메우기만 했다.

결국 3월 고가도로의 콘크리트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이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던 철제 패널이 도로 위로 떨어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는 이 박락 사고가 나서야 지난달 3일 정밀안전진단에 착수했고 안전진단은 다음 달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는 정밀안전진단 기간 서소문고가차도의 차량 통행을 허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3월 박락 사고가 일어난 지점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6일 박락 현상이 발견되는 등 위험 징후는 이어지고 있다. 고가차도에는 총중량 20t을 넘는 차량의 통행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들 차량을 단속하는 설비와 인력은 배치돼 있지 않다. 서소문고가차도는 하루 약 5만1000대의 차량이 이용한다.

안형준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연구원장(62·전 건국대 건축대학장)은 “현재 위험 징후가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신속하게 정밀 점검을 해야 한다”며 “‘안전에는 과잉대응이 낫다’며 모든 입주자를 퇴거시켰던 지난해 12월 강남구 대종빌딩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시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서소문고가차도#서울시#박락 사고#안전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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