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Trend]TV-블로그-SNS… ‘넘치는 정보’가 오히려 부작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해외여행 자유화(1989년)가 올해로 30년이 됐다. 1989년 해외 출국 인원은 121만 명이었지만 지난해는 2869만 명이 해외로 나갔다. 늘어나는 여행객만큼이나 빠르게 변화하는 여행 트렌드와 정보를 ‘Travel Trend’ 코너에서 소개한다.》

18년간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두투어의 인솔자인 나영주 씨(42)는 1년에 절반은 해외에 나간다. 한국에 머물 때는 못다 한 일과 가정을 챙기면서 꼭 하는 일이 하나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보지 못했던 여행 예능 방송 챙겨 보기다. 이제 인솔자들 사이에서 ‘TV 수업’은 필수 코스가 됐다. 몇 년 전부터 TV에서는 연예인들이 출연해 여행을 하면서 맛집과 명소를 찾아다니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 유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던 장소와 식당을 찾는 해외 여행객들이 많이 늘었다. 여행지를 선택할 때도 TV 프로그램이 끼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나 씨는 “예전에는 역사적인 장소에 가면 역사적 배경,인물 등에 대해 설명을 많이 했다면 이제는 ‘어떤 프로그램에 이 장소가 나왔고 누가 다녀갔고 사진을 찍었던 장소가 어디다’라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력 21년의 노랑풍선 인솔자 김철동 씨(48)는 “확실히 최근 여행객들은 TV에 나온 장소와 식당을 가길 원한다”며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슈테판 대성당을 갔을 때에도 이곳이 어떤 역사적인 장소인지 설명하는 것보다는 ‘어떤 프로그램에 누가 나와서 눈물을 흘린 곳이다’라고 얘기하는 것이 더 호응이 좋았다”고 밝혔다.

넘치는 정보 때문에 인솔자들이 겪는 어려움도 있다. 김 씨는 “이제는 제가 설명하고 있으면 바로 인터넷으로 연도나 지명, 인물 등을 검색해 보고 틀린 점이 있으면 바로잡아 준다”고 말했다. 교통 정체를 피하기 위해 단체버스가 우회로를 택하면 구글 지도를 보면서 “왜 돌아가느냐”고 따지는 여행객도 있다는 것이 인솔자들의 설명이다.

인터넷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리뷰를 맹신하는 것도 부작용. 20년 경력의 한 인솔자는 “그 나라에 한두 차례 온 것이 전부인 블로거나 인플루언서가 특정 식당이 좋다고 하면 그것을 무조건 믿는 여행객들이 있다”며 “수백 번 가봤던 인솔자들이 봤을 때는 전주에 와서 비빔밥은 먹어 보지도 않고 ‘전주에서는 초코파이가 최고’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해외여행#넘치는 정보#여행 예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