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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같지 않다고? 반가운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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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같지 않다고? 반가운 얘기”

뉴스1입력 2019-03-26 10:38수정 2019-03-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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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왓챠 © 뉴스1

“저로서는 훨씬 더 제 영역이 개척됐다는 기분이 들어요.”

박찬욱 감독은 첫 TV 드라마를 선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박 감독이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리틀 드러머 걸’로 돌아왔다. ‘리틀 드러머 걸’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돼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로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됐다. 국내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 플레이를 통해 감독판이, 채널A를 통해 방송 버전이 각각 오는 29일 공개된다.

‘리틀 드러머 걸’은 박찬욱 감독에게도 도전이었다. 6부작을 총 81회차로 촬영해야 하는, 국내 영화 한 편 촬영 회차보다 적은 회차로 진행된 작업이었고 유럽 로케이션도 만만치 않았다. 할리우드 첫 진출작인 ‘스토커’ 당시와 달리 대사량이나 말의 표현 등이 늘었고 이 같은 과정들을 통해 자신의 영역이 더욱 개척됐다는 성취감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 작품처럼 보이냐 안 보이냐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며 “인장을 찍으려는 목적으로 작업하지 않는다. (제 작품처럼 안 보인다는 말은) 어쩌면 반가운 얘기일 수 있다”며 반색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은 ‘리틀 드러머 걸’이 70년대가 배경인 데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다루고 있지만 우리의 삶과 결코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란 걸 강조했다.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우리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점점 지구가 네트워킹 되면서 서로 영향을 다 주고 받고 있지 않나. 현재성이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걸 보시고 나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시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리틀 드러머 걸’의 시작부터 방송까지, 그리고 플랫폼에 대한 새로운 도전, 해외 진출 이야기 등 박찬욱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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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르 카레의 ‘더 리틀 드러머 걸’을 접하게 된 시기는.

▶ 2015년 쯤이었다. 존 르 카레 작품 중 좋아하는 게 있고 덜 좋아하는 게 있는데 이 작품은 팔레스타인 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처음엔 크게 관심이 없었다. 프로페셔널한 스파이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주인공이라 재미없겠다고 생각했다. 책도 두껍기도 하고 안 읽고 있었는데 아내가 이건 꼭 읽어야 한다고 했다. 영화로 만들어보라고는 안 했지만 재미있다고 해서 읽게 됐다. 다 읽자마자 PD한테 전화해서 (영화화를) 알아보자 했다.

- 소설에서 끌렸던 부분은.

▶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역사가 끝없는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해결책이 없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큰 상처를 여러번 입혔기 때문에 마음의 분노가, 증오가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쟁도 전쟁이지만 정말 많은 테러가 있었다. 테러가 더 큰 앙갚음을 하게 만들고 민간인도 몇 백명씩 죽어나간다.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전쟁으로 서로에 대한 증오가 깊이 박혀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 첩보스파이물이지만 로맨스도 끌렸다고 했는데.

▶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과는 별개로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기 힘든,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가 끌렸다. 스파이 세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찰리라는 사람을 데려다가 테러리스트 애인 역할을 맡게 하고 허구로 이뤄진 하나의 세계를 꾸민다. 이런 픽션의 세계를 꾸미는데, 픽션이 진짜 같아야 아마추어 스파이가 진실된 연기를 하고 상대를 속일 수 있지 않나. 가디 베커가 정체성은 이스라엘 첩보 요원인데 테러리스트를 연기하며 진실과 허구의 대립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어떻게 스며드는지 보여준다. 그런 얘기가 제가 좋아하는 소재인 것 같다. 이번에 알게 됐지만 전작인 영화 ‘아가씨’도 상대를 속이기 위해 가짜 정체성을 갖고 연기하고 서로를 속이지 않나. 그런 게 끌렸다. 사랑이란 것도 복잡해서 그냥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며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여자를 이 임무로부터 멀리하게 만들어야 하나 하는 게 이 남자의 고민이다. 임무로 끌어들일수록 여자가 위험해지니까, 가까이 하고 싶으면서도 멀리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임무 따로, 사랑 따로가 아니라 완전히 하나가 되면서 가는 스토리가 교묘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걸 돌려서 표현하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영화와 크게 달랐던 부분은.

▶ 근본적인 차이는 없었다. 이 드라마는 6부작인데 하나가 어쨌든 하나로 완결되는 이야기라 영화와 다름이 없었고, 긴 영화라 생각하고 작업했다. 물론 작은 차이가 있지만 본질적인 차이가 아니었다. 또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한 회가 각각 에피소드에서 매듭이 지어지면서 끝나야 하더라. 매듭만 지어지는 게 아니라 다음 회를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영화와 다르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어려서부터 TV 드라마를 볼 때, 그 점이 영화 보다 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전편의 줄거리를 요약해서 시작하는 걸 해보고 싶었는데 흥분되고 재미있는 작업이더라.

- 극장 상영을 포기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나.

▶ 처음엔 영화와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서로 뭐가 다르겠나 했다. 미처 생각 못한 건, 극장에서 상영을 못하는 것이 뼈아픈 거라는 점이었다. TV인 줄 알고 찍은 건데 TV에서 보는 건 당연하겠거니 했다. TV도 기술적으로 환경이 좋아져서 고사양으로 찍어야 한다. 화질, 음질 모든 면에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적인 규격은 영화와 똑같이 잡고 갔고 색깔, 사운드 등은 진짜 영화와 똑같이 했다. 그러다 런던영화제에서 방송판 1~4편을 상영했는데 ‘역시 이렇게 해서 봐야 하는데’ 싶었다.(웃음) 그러면서 극장에서 보는 게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 하니까 슬퍼지더라. 미국 AMC에서는 영국 BBC와 다르게 중간 광고도 많다. 스마트폰으로 보다가 말고 문자 확인도 하고 대화도 하고 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슬퍼지더라. 장편을 극장에서 상영하는 이벤트를 꼭 한국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TV 드라마를 연출하거나 스트리밍 서비스의 작품을 연출하거나 하면, 극장 상영을 희생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어야겠다 싶었다. 시리즈 작품하는 데 내가 희생하는 게 뭔지, 무슨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게 됐다.

- 국내 영화 촬영 횟수보다 적은, 6부작 총 81회차 촬영을 했다고 했다. 제작 환경에 있어 협의하거나 보완하고 싶진 않았는지.

▶ 예산이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었다. 영미권에서는 촬영 횟수가 예산에 아주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한회 늘어나도 차이가 엄청나게 커진다. 몇 개의 장면들을 각본에서 포기해야 한다고 하더라. 다 가져가려다가는 이것도 저것도 못한다고 하면서 다 가져가려면 중요한 신을 대충 찍어야 하는데 그건 예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고민하다 몇 개는 없애고 그래도 하고 싶다고 하고 우겨서 찍은 장면도 있다. 어떻게 해서든 맞출 테니 찍게 해달라 해서 찍은 장면들인데, 그렇게 하다 보니 필수적인 장면들까지도 더 빨리 찍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

- 끝까지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 생각이 드는 장면도 있나.

▶ 찰리의 활약에 의해 노출된 적들이 처단되는 장면들이 있는데 찰리는 자기가 어쩌다 보니 하게 된 일인데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는 걸 알고 망연자실하게 된다. 스토리 시작 부분은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이 어린 아이와 민간인들을 죽이고 이스라엘 정보국은 그걸 색출하며 정의로운 활약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게 다는 아니란 걸 알게 되는 거다. 뒤로 가면 갈수록 차츰 이런 부분들이 역전된다. 누가 정의고 누가 악인지, 질문을 제기하게 되는 큰 역할을 하게 되는 장면이라 애를 먹었다.

- ‘리틀드러머걸’은 결국 누가 정의고 누가 악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겠다.

▶ 양쪽의 사정을 다 들어보자는 의미가 있기도 하다. 가디 베커는 이스라엘 정보국 비밀 요원이지만 찰리를 훈련시키느라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인 척 연기한다. 그러면서 적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스라엘도 그 사람들에게 얼마나 고통을 안겨줬는지 인식하는 사람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 입장(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에 거의 빙의한 것처럼, 울기까지 한다. 어디까지 연기인지 알 수 없지만 상당히 진심에 가깝다. 그런 데서 분쟁의 해결이 시작돼야 한다는 주제가 가디 베커라는 캐릭터에 담겨 있었다.

- 현지에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텐데, 제작자 등 주변에선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는지.

▶ 영국에는 많은 양쪽 사람들이 살고 있다. 존 르 카레 선생이 소설 쓰기 위해 이미 양쪽 사람들을 많이 취재했었다. 가장 많은 취재가 된 작품이 이 작품이다. 모사드 실제 수장부터 팔레스타인까지 스파이, 테러리스트 양쪽을 다 만나서 쓴 거다. 드라마를 만들고는 각본과 편집본 다 보여주면서 많은 이들과 모니터를 했다. 불편하거나 볼쾌한게 없는지 점검했다. 양쪽 (관련자들) 다 현실적이고 감동적이라 했다. 무엇보다 배우들도 이스라엘, 아랍 등 양쪽에서 온 배우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어느 누구보다 공감했다.

- ‘리틀 드러머 걸’은 박찬욱 감독이 연출했다는 걸 모르고 봤으면 몰랐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저도 헷갈린다. (웃음) 아무래도 원작이 있고, 작가가 세 명이 있었고 제가 있었다. 섞여서 각본이 나왔는데 이 부분이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저도 헷갈리더라.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가 냈다 생각했는데 원작에 이미 있기도 했다. (웃음) 각본을 놓고 원작가도 이 아이디어는 누구 거냐고 하기도 했다. 원작가가 쓴 건데. (웃음) 뭐가 뭔지 모르는 게 섞여 있는데 제 작품처럼 보이냐 안 보이냐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스토리에 맞는 형식을 취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지 인장을 찍으려는 목적으로 작업하지 않는다. 어쩌면 반가운 얘기일 수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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