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의 아픔 품고… K문학 세계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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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번역원, 5월 첫 교류행사

최근 문학·출판계 안팎에서 이산문학(디아스포라 문학)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국의 이창래와 이민진, 일본의 최실 등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국내에서도 이들을 끌어안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82년생 김지영’, ‘설계자들’ 등 한국 작가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남북한과 해외의 한인문학을 아우르는 ‘K문학’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K문학 열풍 뜨거워

한국문학번역원은 올해 5월 처음으로 ‘소통과 평화의 플랫폼’을 연다. 해외 거주 한인작가 15명을 초청해 ‘이산과 삶’, ‘소수자로 산다는 것’ 등을 주제로 한국 작가들과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해외에서는 시인 석화(중국), 극작가 정의신(일본), 소설가 제인 정 트렌카(미국), 국내에서는 소설가 김연수 전성태, 시인 김혜순 심보선 등이 참여한다.

출판계는 소설 ‘파친코’로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포스트 이민진 찾기에 분주하다. 문학 전문 출판사 비채는 올해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을 2권이나 출간한다. 정윤 작가의 스릴러 ‘셸터’와 패티 유미 코트럴 작가의 ‘너는 평화롭다’다. 각각 한인 가정과 한국인 입양아 남매를 내세웠다. 이승희 비채 편집1팀장은 “한국계 작가층이 두꺼워지면서 이들의 우수한 작품을 최근 외신이 자주 소개한다”며 “(작가와 작품 주제가) 한국과 연관된 데다 작품성까지 뛰어나 국내 출판계도 주목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창간된 문학계간지 ‘페이퍼이듬’은 아예 이산문학을 주제로 잡았다. 1호에서는 미국의 시인이자 평론가 이해릭, 시인 최치환 신선영 이지윤의 작품을 실었다. 앞으로 중국, 호주, 일본, 독일의 한국계 작가를 차례로 소개할 예정이다.

○ 해외 한인문학 이끄는 이민자·입양아 그룹

‘우리 어머니, 나의 무거운 승객, 나의 땅, 나의 나라, 나의 오랜 꿈, 나의 피해….’(레이첼 영 ‘더 스칼러’)

전쟁, 분단, 이민자의 삶, 입양의 아픔…. 이들의 작품에선 한국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제인 정 트렌카의 ‘피의 언어’와 패티 유미 코트럴의 ‘너는 평화롭다’는 입양아를 다룬다. 하와이 거주 소설가 게리 박은 일제강점기 한국을 떠난 조부모의 삶을 들여다본다. 6·25전쟁을 사실적으로 되살린 이창래의 ‘이방인’도 있다. 한국계 문학의 역사가 오래된 일본에서는 2000년 이후 한반도의 정치 상황보다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에 집중하는 경향을 띤다. 전문가들은 한국적 색채는 “최고의 무기이자 극복해야 할 굴레”라고 말한다.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고전이 되려면 언어와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한국적 특수성을 다루더라도 보편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산문학 교류와 관련해 신중론도 나온다. 이는 활동 작가 상당수가 입양아 출신이기 때문이다. 제인 정 트렌카, 신선영, 소설가 아스트리드 트로치 등이 대표적이다. 한 문학평론가는 “1970, 80년대 전후 해외로 건너간 입양아들의 삶이 문학으로 꽃을 피웠다”며 “이들을 보면 조심스럽고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고려인 5세 미하일 박 작가는 “한국계 작가들은 어쩔 수 없이 한국 땅에 이끌린다”며 “양측 작가들이 5월에 만나 뿌리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길 기대한다”고 했다.

:: 이산문학이란? ::

이산문학의 정체성은 국적, 문자, 작품 주제, 작품 수용층 등으로 판단한다. 한국적 정서를 외국어로 쓴 작품, 한국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한국어로 쓴 작품 등 다양한 층위를 지닌다. 재미 한인문학, 재일 조선인문학, 재중 조선족문학, 구소련의 고려인문학이 가장 활발하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이산문학#디아스포라 문학#이민진#이창래#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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