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 1년 지났지만… ‘호킹 영향력’은 계속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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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등 사후 논문 발표 잇따라… 생전 사용 물품 22가지 경매 나와

스티븐 호킹 박사가 타계 10년 전인 2008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50주년 기념 강연에 나섰다. NASA 제공
스티븐 호킹 박사가 타계 10년 전인 2008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50주년 기념 강연에 나섰다. NASA 제공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자.”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마지막 저서로 알려진 ‘어려운 질문에 대한 간략한 답변’의 말미에 담긴 그의 조언이다. 비록 근육이 소실되고 척수 운동신경 다발이 굳어버리는 루게릭병에 걸려 몸은 자유롭지 못했어도 고개를 들어 항상 별을 바라보던 호킹이 숨을 거둔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3월 14일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호킹은 우주론과 양자 중력 연구에 크게 기여하며 우주 과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블랙홀이 열복사를 방출한다는 사실을 밝혔고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면 우주 전체가 반드시 특이점에서부터 시작했을 것이란 이론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타계 이후에도 그의 영향력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블랙홀에 대한 호킹의 마지막 논문이 논문 초고 온라인 등록사이트인 ‘아카이브’에 공개됐다. 2016년 당시 영국 케임브리지대 수학과 교수였던 그가 맬컴 페리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과 함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정보의 위치와 지속성을 연구한 결과를 담은 내용이다. 연구팀은 블랙홀의 경계면인 사건의 지평선에 정보가 저장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블랙홀 주변 광자들에 의해 블랙홀에 빨려간 정보가 기록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부드러운 머리카락’이라고 지칭했다.

영국왕립조폐국서 발매한 스티븐 호킹 1주기 기념 주화.
영국왕립조폐국서 발매한 스티븐 호킹 1주기 기념 주화.
블랙홀에 들어간 정보의 손실 여부는 물리학자들의 첨예한 논쟁거리였다. 사실 호킹은 1983년 “블랙홀이 증발할 때 블랙홀 안에 있던 정보도 사라진다”고 했다가 2004년과 2015년 자신의 주장을 뒤엎고 “블랙홀에 정보가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블랙홀에 빨려간 정보가 사라질 수 있다고 가정한 것이 양자역학적 기본 원칙과 모순이라는 반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명확한 해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후대 과학자들은 우주 만물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공식인 ‘만물 이론’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지난해 4월에도 그의 사후 논문이 국제학술지 ‘고에너지물리학저널’에 발표됐다. 그는 다중우주의 존재를 인정했지만 무한대로 다중우주가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할 가능성도 이전에 추정되던 것보다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다중우주 이론에 따르면 우주를 형성하게 한 급팽창이 우주의 다른 곳에서 영구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무한대로 우주가 있다. 급팽창으로 만들어진 우주는 그 형태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물리학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우주가 어딘가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호킹은 이 난제를 양자물리학과 끈 이론이란 수학적 기법을 이용해 물리학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우주가 없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다중우주가 존재하긴 하지만 같은 물리학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연구 이외에도 호킹은 여러 유산을 남겼다. 그가 사용하던 물품 22가지가 경매에 나왔다. 평생 타고 다녔던 전동 휠체어는 29만6750파운드(약 4억3600만 원)에 판매됐고 자필 서명이 들어간 1965년 작성한 케임브리지대 박사 학위 논문은 58만4750파운드(약 8억6000만 원)에 낙찰됐다. 총 수익금 1824만4375파운드(약 268억 원)는 호킹재단과 운동신경세포질환협회에 전액 기증됐다.

호킹을 기리기 위해 기념주화도 발행됐다. 13일 BBC는 영국 조폐국이 스티븐 호킹이라는 이름과 함께 블랙홀, 호킹복사 방정식(S=kc³A/4れG)을 새긴 7각형의 주화를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기념주화는 개당 10파운드(약 1만4850원)에 판매된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스티븐 호킹 박사#우주론#양자 중력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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