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동수]일제강점기 한국문학사 재평가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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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시인·백제예술대 명예교수
김동수 시인·백제예술대 명예교수
한국의 근현대문학은 조선총독부에 의해 관리·통제되면서 바른 궤도 진입에 실패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일제강점기 한국문학의 흐름은 국내문학, 지하문학, 망명문학 등 세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 국내문학은 총독부의 언론 검열 아래 간행한, 반일감정이나 민족의식이 봉쇄된 ‘식민지 종속문학’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 현대문학의 효시라 일컫는 이인직의 ‘혈의 누’와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이광수의 ‘무정’ 등은 민족의 활로를 위해 그 어떤 구체적이고도 긍정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지 못했다.

반면 검열에 의해 통제되고 압수된 지하문학과, 외국으로 망명하여 민족해방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애국지사들의 구국문학은 당시 민족의 참상과 소망이 솔직하게 표현된 항일 민족문학이었다.

구한말 망국의 현실 앞에서 일사보국의 정신으로 순절한 황현, 정환직, 전해산 등 우국열사들의 절명시와 순국시, 그리고 이후 김창술, 이육사, 심훈 등의 배일(排日) 민족시가들이 있다. 이들 지하문학은 일제의 가혹한 침략 속에서도 망국과 식민지 현실을 직시하여 자주독립 사상을 드높인 항일 민족시가들이다.

그런가 하면 가중된 일제의 탄압과 수탈로 국내에서 더 이상 저항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일부 애국지사들은 국권 회복을 위해 국외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하면서 교포 신문과 잡지들을 발간했다. 상하이(上海) 임시정부에서 발간한 ‘독립신문’과 하와이의 ‘국민보’, 샌프란시스코의 ‘공립신보’, 블라디보스토크의 ‘대동공보’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실린 구국문학 작품들은 항일 애국문학으로서 일제의 침략상 고발과 국권 회복을 염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국내 지하문학과 해외 망명문학들은 쫓고 쫓기는 적과의 투쟁 과정에서 생산된 특수성으로 인해 작품이 다소 거칠다 하더라도 당시 우리 민족의 염원과 진실이 어디에 있었나를 규찰해 볼 수 있는 소중한 민족문학 작품들이 아닐 수 없다.

민족해방 투쟁 과정에서 발표한 항일 민족시가들은 현재 국내외 곳곳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필자는 중국과 미주를 오가며 그간 1000여 편의 작품을 수집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제라도 이러한 작품들이 한국 근현대문학사에 편입되어 한민족의 정통 종합문학사가 정립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그간 방치해 두었던 일제침략기 우국열사들의 절명시와 순국시, 지하문학, 해외망명 문학작품 수집과 자료집 발간, 그리고 그에 따른 한국문학사 개편을 위해 ‘한국 현대문학사 바로세우기 추진위원회’ 설립을 교육부에 건의한다.

김동수 시인·백제예술대 명예교수
#일제강점기#한국문학사#조선총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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