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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패럴림픽 금메달 신의현 “핸드사이클 꿈 접고 장애인 노르딕 한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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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패럴림픽 금메달 신의현 “핸드사이클 꿈 접고 장애인 노르딕 한우물”

이승건 기자 입력 2019-03-07 03:00수정 2019-03-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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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패럴림픽의 영웅’ 신의현이 두 팔과 다리를 활짝 편 채 웃고 있다. 2006년 교통사고로 무릎 아래를 절단한 그의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는 절단 부위가 달라 의족 형태도 다르다. 신의현은 “과거에는 의족을 가급적 안 보이려 했다. ‘징그럽다’는 사람들이 많아서였다. 지금은 괜찮다. 의족도 내 몸의 일부다. 자꾸 보면 징그럽다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라며 웃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벌써 1년? 시간이 빠르네요. 하긴 그 사이에 변화가 많았죠. 무엇보다 저를 ‘그냥 장애인’으로 보던 분들이 ‘장애인 선수’로 봐 주시더라고요.”

9일은 지난해 평창 겨울패럴림픽이 막을 올린 지 1년 되는 날이다. 이날 평창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의 ‘얼굴’로는 여름·겨울 패럴림픽을 통틀어 첫 금메달을 안겨준 신의현(39·창성건설)이 등장한다. 금메달 덕분에 고향 충남 공주에서 야구 박찬호, 골프 박세리 이후 20년 만에 카퍼레이드를 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할 때 베트남 출신의 부인 김희선 씨(32)와 동행하는 기회도 가졌다.

5일 서울의 한 재활전문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별다른 부상은 아니고 늘 무리해서 쓰게 되는 어깨를 치료받기 위해 대표팀 주치의가 있는 병원을 찾은 것.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외모가 달라진 것 같다”고 하자 “인터뷰를 많이 하다 보니 신경을 쓰게 됐다. 원래 못생긴 얼굴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신의현은 지난해 6개 종목에 출전했다. 5개를 마쳤을 때까지 내심 주 종목이라고 생각했던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스키+사격)에서는 메달이 없었고, 크로스컨트리스키 15km 동메달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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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종목 크로스컨트리 좌식 7.5km를 앞두고 생각했죠. ‘내 인생 마지막 기회다. 이거 못하면 죽는다’라고. 시작부터 팔 젓는 템포를 최대한 높였어요. 죽자고 했는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더라고요.”

지난해 3월 17일 크로스컨트리스키 좌식 7.5km에서 금메달을 딴 뒤 기쁨의 함성을 지르고 있는 신의현. IPC 홈페이지 캡처
그는 올해 1월 3일 아들을 얻었다. 딸 은겸(11), 아들 병철(9)에 이은 셋째다. ‘늦둥이’라며 쑥스러워하면서도 “너무 예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딸이 태어났을 때는 정말 한심한 처지였어요.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결혼하고 애까지 낳았는데 남편으로, 아빠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어요. 창피함과 답답함을 술로 풀었죠. 그걸 보는 아내는 얼마나 한심했겠어요. 베트남에 돌아가고 싶었을 거예요.”

육군수도군단 특공연대에서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신의현은 2006년 2월 대학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부모님께 효도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이듬해 국제결혼을 했지만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3년 가까이 실의에 빠져 있던 그는 2009년 주위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하면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는 활달한 성격을 되찾아 갔다.

“빈둥대던 사람이 밖으로 나가니 아내가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저도 잃었던 자신감이 생겼고. 패럴림픽이 끝난 뒤 아내와 얘기해 아이 하나 더 갖자고 했죠. 이전보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겼고요.”

신의현이 애초 평창을 목표로 준비했던 종목은 아이스하키였다. 하지만 2015년 8월 그를 눈여겨본 장애인체육 관계자가 “노르딕스키 실업팀이 창단되니 기회를 잡으라”며 종목 변경을 권유했다.

“주말마다 공주와 성남을 오가면서 내 돈 써가며 아이스하키를 했죠. 태극마크를 달고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실업팀에서 밥걱정 없이 운동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는 평창 패럴림픽이 끝난 뒤 “핸드사이클로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준비는 잘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핸드사이클 메달 꿈은 접었어요. 지난달 노르딕스키 국제대회에 출전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걸 깨달았죠. 스키에 전념해 2022년 베이징 겨울 패럴림픽을 멋지게 마무리한 뒤 은퇴하고 싶어요. 한마디 덧붙이자면, 저를 보고 노르딕스키를 하겠다는 후배가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로 없었어요. 주위에 물어보니 ‘힘들어서 꺼린다’는 얘기가 많더군요. 시작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습니다. 방황하던 저도 이렇게 달라졌는걸요.”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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