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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윤신영]콧대 높은 학술지로부터 해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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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윤신영]콧대 높은 학술지로부터 해방 가능할까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3-06 03:00수정 2019-03-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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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100주년을 맞은 3·1운동 기념일에 태평양 건너 미국 서부에서는 조용히 또 다른 ‘해방’ 논의가 벌어지고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가 한 글로벌 과학학술지 출판사의 온라인 논문 이용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등 10개 대학으로 구성된 캘리포니아대는 이공계 연구자 사이에서는 세계 최고 대학 중 하나로 꼽힌다. 노벨상 수상자만 62명 배출했다.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대가 지난해 낸 논문 수는 5만 건으로 한국의 지난해 전체 과학기술논문 수(6만 건)와 맞먹는다.

그런데 이런 ‘학계의 공룡’조차 골치를 앓는 권력이 있다. 바로 학술지 출판사다. 이번에 캘리포니아대가 계약을 파기한 엘스비어는 매년 약 2500종의 학술지를 통해 43만 건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는 거대 기업이다. 세계 최고의 생명과학 학술지 ‘셀’, 의학 학술지 ‘랜싯’도 여기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계약 파기 선언을 ‘해방’ 운동으로 본 것이다.


논문을 내고 읽는 게 본업인 연구자들에게 학술지의 위상은 상상 이상이다. 연구 시간의 상당 부분을 논문을 지원하는 학술지의 양식에 맞춰 쓰고 고치는 일에 바친다. 그렇게 쓴 논문이 통과되면 비싼 게재료를 지불한다. 게재되는 논문은 출판사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데, 다시 이용료 또는 구독료를 내야 한다. 요즘은 대학들이 온라인으로 주로 구독하는데, 이 계약을 담당한 캘리포니아대 도서관들이 “계약 못 해!”를 외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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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대 도서관은 “논문 낼 때 이미 돈을 냈는데 볼 때 또 돈을 내는 것은 동일 콘텐츠에 대한 이중 지불”이라고 주장했다. 또 캘리포니아대는 자대 연구자가 낸 논문은 누구나 볼 수 있게 무료로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사실 이 문제는 ‘연구자의 논문이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라는 오랜 논쟁과 관련이 있다. 오늘날 과학 연구개발(R&D)의 상당수는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한다. 따라서 그 성과는 무료로 공유해야 한다는 게 학계의 주장이다. 이른바 ‘오픈액세스’라고 불린다. 반면 출판계는 논문을 심사, 게재, 유통하는 과정에 비용이 드니 그 비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판사들도 학계의 ‘오픈액세스’ 요구를 잘 알고 있다. 어떤 경우 오픈액세스 학술지를 펴내기도 한다. 엘스비어는 캘리포니아대에 논문 무료 공개 요구가 타당하다면서도 수익 감소를 보전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 건너 미국 이야기일까. 우리도 다르지 않다. 국내 한 연구기관의 도서관 담당자는 “매년 논문 수가 늘어나니 학술지 이용료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 정부의 R&D 예산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출판사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캘리포니아대 정도 되면 보이콧이라도 하지만, 한국의 작은 기관들은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여러 나라 정부와 연구관리기관들이 연구비를 지원하는 대신 논문을 오픈액세스 학술지에 내게 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다.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보여야 한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논문#학술지#캘리포니아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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