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초계기 위협비행 사진 본 항해사들…“해적이나 하는 행위”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5일 1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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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들이 하는 행위나 다를 바 없어 보이네요.”

군 당국이 전날인 24일 공개한 일본 P-3 해상초계기의 저공 위협 비행 사진과 레이더 정보를 본 항해사 이모(32)씨의 첫마디다. 연중 육지보다 바다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선상 근무자들은 하나같이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 비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형 상선 회사에서 10년차 1등 항해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32)씨는 초계기 사진을 곰곰이 지켜보고는 “대조영함 레이더에 다 잡혔다”며 “데이터가 정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그러면서 “일반 상선끼리 통항할 때도 1마일(1해리·1.852㎞)을 지킨다”며 “군용 비행기가 저렇게 넓은 곳에서 비행을 했다면 도발이 맞다”고 지적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앞서 지난 23일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은 이어도 서남쪽 131㎞ 지점 바다 한가운데에서 정상적인 작전활동을 수행 중이었다. 이 해역은 한국·중국·일본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지만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해당한다.

일본 초계기는 대조영함이 “귀국은 우리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경로를 이탈하라”, “더 이상 접근하면 자위권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20여 차례나 통신을 시도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

이후 초계기는 오후 2시3분께 고도 60~70m에서 불과 540m만 떨어져 대조영함을 지나갔고, 이 같은 모습은 대조영함의 레이더뿐만 아니라 열영상장비와 캠코더 등이 포착한 영상 등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미 항공모함의 전투기가 쉴 새 없이 날아다니는 중동 호르무즈 해협을 수차례 넘나든 경험이 있는 이씨는 “미군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며 “전투기가 (일본 위협 비행 거리보다) 더 멀리 지나다녀도 그 소음과 진동은 굉장하다. 배에서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 상선에서 선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신모(44)씨도 마찬가지 입장을 표명했다. 신씨는 “상선과 군함의 임무가 다르기 때문에 정서상 받아들이는 차이는 있겠다”면서도 “고도 60~70m는 브리지(bridge·조타실)를 기준으로 하면 바로 머리 위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신씨는 “(일본 초계기가 최근접한) 0.3마일이면 약 500여m거리인데 비행기의 속도로 봐서 근접 상황일 때 훨씬 더 위협이 느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더군다나 비행기 엔진음은 배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체감하는 긴장도는 훨씬 크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신씨는 “예전에 미국 연안 항해에서 ‘코스트가드’(coast guard)의 프로펠러 비행기가 해양오염을 감시하기 위해 본선 위로 왔다 갔다 했는데 배 주위로 접근할 때 상당한 위압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며 “비행기에서 보는 것과 배에서 보는 것은 다르다. 가까이 접근하고서 비행기에서 보니 위협이 아니었다고 하는 것은 웃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대형 컨테이너선에서 근무하는 선장 정모(39)씨도 “0.3마일, 고도 60m는 상당히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매우 위협적이고 위험하게 느껴질 거 같다”며 “적대적으로 뭔가를 노리지 않는 한 그 정도 거리로 접근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해군 함정에서 장교로 전역 후 항해사로 근무했던 하모(33)씨 역시 사진을 보자마자 “초계기의 저고도 비행 자세가 폭격을 위한 준비자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칼을 들고 눈앞에서 휘젓고 있는 상황”이라며 “군이 단호하게 대처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함정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해군의 한 관계자는 “초계기 저공 위협 비행은 비신사적인 행위”라고 일갈했다.

군 당국은 현재 일본 초계기 저공 위협 비행에 대해 경고통신 강화나 맞대응 비행 등 대응책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은 5해상마일(9.26㎞)에서 했던 경고통신을 10마일(18.52㎞)부터하고 통신 내용도 강도를 올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해군 초계기의 배치를 일본 초계기에 대응 가능하도록 바꾸고, 구축함에 탑재된 링스 헬기를 띄워 초계기를 밀어내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까지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한일 양국의 강대강 대응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한쪽에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계 한국인 정치학자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는 지난 24일 오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일본은) 군사력도 필요하고 또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승격하는 게 필요하다”며 “어딘가에 위협적인 요소를 만들어서 헌법 개정으로 연결을 시키는 것이 아마 현재 아베 정권으로서는 필요하다, 그렇게 보인다”고 밝혔다.

호사카 교수는 “고도의 외교 전략 속에서의 하나의 군사적인 작전이기 때문에 한국 쪽에서도 외교적인 전략 속에서의 군사문제로서 정확하게 이해를 해서 아주 강한 조치를 취하겠다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며 “슬기롭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일본이 원하는 그런 것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 측이 공개한 사진을 봤다면서 “(일 초계기가) 한국 함정에 위협을 줄 의도도 이유도 없다”며 “군함에 초계기가 근접하면 위협을 느끼는 쪽은 오히려 초계기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와야 방위상은 “우리(일본)는 국제법, 국내법에 따라 항상 적절한 경계·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초계기 관련 기록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우리 군 당국도 이에 즉각 반박했다. 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과학적, 객관적으로 해왔다”며 “일본이 상응하는 자료를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함이 일본 초계기로 가까이 간 것이 아니다”며 “어느 쪽에서 위험을 느끼는지 마땅히 알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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