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살인마에 희생된 인천 노부부…“치매 아내는 지켰지만 결국”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7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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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서 친부 살해한 30대에 인천 노부부도 희생
뒤늦게 소식 접한 이웃 주민들 안타까움 전해

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빌라에서 A씨(80)와 B씨(81·여)가 각각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채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7일 오후 노부부가 숨진 다세대 주택의 모습. 2019.1.7/뉴스1 © News1
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빌라에서 A씨(80)와 B씨(81·여)가 각각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진 채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7일 오후 노부부가 숨진 다세대 주택의 모습. 2019.1.7/뉴스1 © News1
“죽을 때까지 지키겠다며 (치매 걸린) 할머니를 그렇게도 극진히 보살펴 왔는데…”

충남 서천에서 아버지를 살해하고 도주하던 30대 남성에 의해 숨진 인천의 노부부 소식을 뒤늦게 접한 이웃집 주민들은 안타까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7일 만난 한 이웃집 주민은 “할아버지가 최근 몇 년간 치매를 앓아 온 할머니를 홀로 보살폈다”며 “최근 상태가 악화돼 자녀들이 요양원에 보내자고 권했다던데, 죽을 때까지 자신이 데리고 살겠다면서 마다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초생활수급자로 근근히 어렵게 생활을 해오면서도 오순도순 살아오던 노부부였다”며 “최근 옆 집에서 어떤 소리도 못들었는데, 언제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긴 건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부부가 이 아파트에 거주한 지는 5~6년 전이다. 할머니(81·여)가 치매를 앓기 시작하면서부터 이곳에 살기 시작한 부부는 서로를 의지하며 생활을 해왔다.

할머니의 병세가 나날히 악화돼 가면서 할머니 호통소리가 자주 문 밖을 넘어 왔지만, 할아버지(80)는 묵묵히 아내를 다독이며 보살폈다고 주민들은 회상했다.

최근 할머니의 병세가 급격히 나빠지자 할머니를 요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자녀들이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죽을 때까지 내가 데리고 살겠다’며 자녀들의 권유를 끝까지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강도로부터 할머니와 자신을 끝까지 지킬 수 없었다.

지난 6일 오후 4시10분께 존속살해 용의자인 A씨(31)가 부산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검거 당시 여죄를 추궁하는 경찰에 ‘(도주 중) 인천에서 노부부를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경찰은 충남지방청으로부터 공조 요청을 받고 6일 오후 6시께 범행 장소로 지목된 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 한 빌라에서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져 있던 B씨(80)와 C씨(81·여)를 발견됐다.

B씨와 C씨는 당시 각각 거실과 방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숨져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12월 28일 서천군 장항읍 자택에서 아버지 D씨(66)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를 받고 도주 중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 2일 오전 10시10분께 D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한 지인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에게 범행 8일만인 6일 부산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A씨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충남에서 서울, 인천, 부산으로 이동하던 중 도피생활에 필요한 경비 마련을 위해 인천에서 노부부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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