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기전이 가장 어두워… 부활의 뱃고동 울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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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빅3 ‘희망의 시무식’

지난해 11월 한영석 현대중공업 공동대표는 취임 직후 첫 방문지로 노조 사무실을 택했다. 조선업 불황으로 임금 및 단체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노조와 대화로 풀어가겠단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한 대표는 노조를 감시한다는 오해를 받던 사내 노사전담 조직인 ‘노사협력실’도 없앴다. 그의 이런 노력에 공감한 노조는 지난해 말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동의했다. 노사 갈등을 겪던 현대중공업이 올해 조선업 부활을 위한 상생의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4년 만에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 나선다. 그동안은 신입 공채에 나서기는커녕 기존의 조직과 인력도 줄여야 했던 상황이었지만 올해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미리 대비에 나선 것이다. 한국 조선업계에 봄바람이 불까.

○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국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3일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중국에 내줬던 수주량 기준 ‘세계 조선 1위’ 자리를 지난해 6년 만에 되찾은 조선 3사는 올해는 본격적인 부활을 위한 준비에 나선다.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의 가삼현, 한영석 공동대표는 신년사에서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을 인용했다. 한 대표는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면 세계 제일의 조선 해양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다”고 확신했다. 수년간의 수주 가뭄이 해갈 기미를 보이는 것을 놓고 희망을 말한 것이다.

거제조선소에서 시무식을 연 대우조선해양의 정성립 사장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고삐를 조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회사를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놨다.

삼성중공업은 한때 발목을 잡았던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FPSO)인 ‘에지나 FPSO’의 해상 시운전을 마치고 첫 원유 생산에 성공했다. 나이지리아 원유 생산량의 10%를 담당하게 될 초대형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올해를 맞이한 삼성중공업은 올해가 실적 회복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LNG선에 기댄 회복세에 우려도

최근 국내 조선 3사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선의 발주가 급증한 덕분이다. 2016년과 2017년 10여 척 남짓 발주되던 LNG선은 지난해 12월까지 69척이 발주됐다. 69척 중 60척을 한국의 조선 3사가 수주했다. 이 덕분에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과 함께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132억 달러)보다 20% 이상 늘어난 총 159억 달러로 제시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구체적인 수주 목표를 내놓지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다소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LNG선 발주 확대에 기대 국내 조선업의 부활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원은 최근 ‘LNG선 시황 및 전망’ 보고서에서 LNG선 발주량이 물동량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고 분석했다. 향후 공급과잉으로 발주물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에너지 수출 정책 등으로 늘어난 LNG 물동량 때문에 올해도 LNG선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유가 하락 등으로 물동량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조선업 빅3#희망의 시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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