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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 전락했던 옛 美육군터미널, ‘메이드 인 뉴욕’ 창업허브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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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 전락했던 옛 美육군터미널, ‘메이드 인 뉴욕’ 창업허브로 부활

박용 특파원 입력 2018-10-02 03:00수정 2018-10-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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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때 군수품 보내던 기지
1960년대 폐쇄… 도심재생 통해 변신
디자인-SW기술 무장한 스타트업… 의류-식품 등서 청년 일자리 창출
뉴욕시, 임대료 시세보다 낮게 받고 성장주기 따른 맞춤형 지원 제공
미국 뉴욕의 옛 브루클린육군터미널(BAT) 전경. 제2차 세계대전 때 미 육군의 최대 보급기지였던 이곳은 뉴욕 경제를 이끄는 제조업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저렴한 임대료가 장점이다. 오른쪽 사진은 BAT에 입주한 안경 제조회사 로어케이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지난달 19일 오전 미국 뉴욕 브루클린 선셋파크. 강 건너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보이는 선착장의 페리에서 내린 출근길 젊은이들이 종종걸음을 치며 오래된 콘크리트 건물로 사라졌다.

이 부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선에 보급품과 군인들을 실어 나르던 미 육군 최대 보급기지인 브루클린육군터미널(BAT)의 일부였다. 지금은 맨해튼 월가와 브루클린을 오가며 뉴욕의 ‘젊은 제조업 전사’를 실어 나르는 페리 터미널로 역할이 바뀌었다.

제1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18년 전쟁을 위해 건설됐던 BAT는 1960년대 쓸모가 없어져 문을 닫았다. 도심의 흉물로 전락했던 이곳은 2015년부터 2억8000만 달러가 투자된 뉴욕시의 도심 재생사업을 통해 착공 100년 만에 뉴욕 경제를 이끄는 ‘제조업 전초기지’로 부활했다.

○ 브루클린에서 부활한 ‘메이드 인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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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잉∼.’

BAT B동에 입주한 테일러드인더스트리 사무실에 들어서자 8대의 ‘3D 재봉틀’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스웨터를 만들고 있었다.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맞춤형 스웨터를 만들어주는 게 이 회사의 사업 모델. 2시간 정도면 스웨터 한 벌이 뚝딱 만들어진다. 기계가 자동으로 만든 옷은 ‘메이드 인 브루클린’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일반 스웨터의 갑절 값에 팔린다.

20세기 초중반 뉴욕에선 의류업이 번성했다. 하지만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공장이 해외로 떠나면서 명성은 빛이 바랬다. 알렉산더 촙 테일러드인더스트리 공동창업자(26)는 “우리의 핵심 경쟁력은 인건비가 아니라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기술”이라며 “우리는 새로운 제조업을 실험한다는 뜻에서 이곳을 ‘BAT 랩(Lab)’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새로운 제조업 시대를 재단하겠다’는 뜻에서 회사 이름도 ‘테일러드인더스트리’로 정했다.

BAT에선 안경, 의류업, 식품 등 뉴욕에서 명맥이 끊겼거나 사양길에 접어든 제조업이 신기술을 통해 ‘제조업 2.0’으로 부활하고 있다. 3년 전 창업한, 뉴욕에서 유일한 안경 회사인 로어케이스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이 회사는 브루클린에서 만든 안경을 뉴욕에서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 스웨덴 등으로 수출까지 한다.

BAT를 운영하는 뉴욕시경제개발공사(NYCEDC) 제임스 패칫 사장은 “뉴욕은 인재와 시장은 풍부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높다”며 “BAT를 통해 저렴한 공간을 제공하고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 혁신기업과 제조업, 두 날개로 난다

BAT 바로 옆에는 핀테크, 인공지능(AI) 등 혁신기업의 창업 허브로 변신한 옛 해군정비창 건물이 있다. 브루클린 다운타운, 덤보, 해군정비창으로 이어지는 ‘브루클린 테크 트라이앵글’은 1350개 혁신기업이 들어선 뉴욕의 대표적인 일자리 엔진이다. 이 회사들에서 일하는 사람은 9만8000명. 2009년 이후 3500명(57%)이 늘었다. 평균 연봉은 9만2900달러로 일반 일자리의 갑절이 넘는다.

브루클린 테크 트라이앵글의 끝에 자리 잡은 BAT는 청년들을 위한 ‘제조업 2.0’ 일자리의 거점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곳에선 의류 식품 패션 등 제조업 분야의 107개 회사에서 40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제조업 특성과 스타트업의 성장 주기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해준다.

제시카 슈라이버 씨(30)는 뉴욕의 소호지역 220개 패션회사가 버리는 자투리 옷감을 수거해 패션스쿨 등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옷감 재활용 스타트업인 ‘팹 스크랩’을 이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슈라이버 씨는 “옷감을 수거해서 보관하고 분류할 수 있는 창고와 사무실, 대형 엘리베이터가 딸린 건물을 찾다가 BAT에 입주했다”고 말했다.

BAT에서 고급 아이스크림용 콘을 생산하는 코너리의 크리스틴 통크나우 사장(30)은 정보기술(IT) 기술자로 은퇴한 부친 데이브 씨(66)와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통크나우 사장은 “2014년 창업 이후 연간 100%씩 성장하면서 공간이 많이 필요했다”며 “BAT 측에서 더 큰 공간을 확보해줘 적기에 생산을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임스 홍 NYCEDC 부사장은 “BAT는 뉴욕시 소유이기 때문에 임대료가 시세보다 낮다”며 “스타트업의 성장 주기에 맞춰 임대 기간을 유연하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뉴욕#브루클린#스타트업#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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