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거부땐 워싱턴 PLO 사무실 폐쇄”… 美, 또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 협상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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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보수단체연설서 대응책 발표… 유엔 난민기구 지원 중단 이어 강수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이야기만 받아들인 잔혹하고 비도덕적 결정” 비난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과의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직접적이고 의미 있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에 수차례 경고 메시지를 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워싱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소 폐쇄’ ‘자금 지원 중단’ 등 초강경 조치를 내놓았다. 팔레스타인은 “잔혹하고 비도덕적인 결정”이라며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지만 별다른 대응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9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10일 워싱턴에 있는 PLO 사무소 폐쇄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이 워싱턴에서 열리는 보수단체 ‘연방주의자협회’ 연설에서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문에는 “미국은 친구이자 우방인 이스라엘과 항상 함께할 것이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계속 거부한다면 PLO 사무소 문을 닫아야 할 것”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는 1994년부터 워싱턴에서 PLO 사무소를 운영해 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난민 가족을 지원하는 유엔 기구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에 대한 자금 지원도 중단했다. 이달 8일에는 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치료하는 동예루살렘 내 병원 6곳을 지원하는 데 써 왔던 2500만 달러(약 281억 원)의 집행도 취소하기로 했다. 오랜 봉쇄로 ‘지붕 없는 감옥’으로 불리기도 하는 가자지구의 경제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지원 중단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UNRWA 자금 지원에 의존하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500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국의 UNRWA 지원금은 3억6000만 달러(약 4066억 원)로 UNRWA 전체 예산의 30% 정도였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8일 “팔레스타인 지원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고 있는지, 납세자들이 지원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지를 검토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등은 “수천 명의 목숨과 생계를 놓고 위협하는 비도덕적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의 대변인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벌을 줘 독립을 주장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이스라엘의 이야기만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인 중에는 밀가루와 식용유 등 보잘것없는 배급 식량으로 힘겹게 삶을 이어가는 난민이 상당수다. 유럽평의회 의회협의체(PACE)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 인구의 43%가 실업자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60%에 달한다. 세계은행(WB)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소득도 지난해 1826달러를 기록했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보건부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가자지구에 있는 수백 명의 암 환자 등에 대한 긴급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보건부는 “어린이 200명을 포함해 700명의 암 환자가 약품과 치료 장비 부족으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의학적인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들은 환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 언론 MEE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 환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진통제에 의존해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팔레스타인#미국#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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