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딸 1등’ 교무부장, 수차례 혼자 문제 정답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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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고교 시험유출 의혹 감사
서울교육청, 경찰에 수사 의뢰… 교장 등 관련자 중징계 요구

서울 강남의 A고교에서 현직 교무부장 B 씨의 쌍둥이 딸이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해 논란이 된 사건에 대한 감사 결과, B 씨가 다른 교사가 없는 곳에서 장시간 혼자 시험지와 정답지를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당초 “교무실에서 1분가량 시험 문제를 검토했다”는 B 씨의 말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또 B 씨는 1년 반 동안 6차례에 걸쳐 자녀 학년 시험지와 정답지를 검토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교육청은 B 씨 등 관련자의 중징계 처분을 요구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B 씨의 쌍둥이 딸 성적이 급상승한 것을 두고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이 일자 16∼22일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29일 감사 결과에 따르면 B 씨는 자녀가 속한 학년의 중간·기말고사 시험지와 정답지를 지난해 4번, 올해 2번 등 총 6차례 검토 및 결재했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고사 담당 교사가 수업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단독으로 시험지 등을 보고 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 논란이 벌어졌을 당시 B 씨는 “교무실에서 1분가량 형식적 오류를 잡기 위해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교육청 감사 결과 혼자서 최대 50분 동안 검토한 적이 수차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시험 이후 정답이 바뀐 문제가 있는데, 쌍둥이 자매가 똑같이 정정 전 정답을 적었다”는 소문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매가 똑같이 정정 전 정답을 써낸 문제는 지난해 2학기 기말고사 수학Ⅱ 객관식 문항 하나였다. 해당 문제는 정정 전 정답을 써낸 학생이 70%가 넘어 쌍둥이 자매만 정정 전 정답을 쓴 건 아니었다. 이외에 정정 전 정답을 써낸 건 문과생 언니가 3문제, 이과생 동생이 5문제 등 8문제가 추가로 있었다. 이것은 두 사람이 각기 다른 문제에서 정정 전 정답을 적은 것이었다.

A고교는 교무부장의 자녀 재학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B 씨는 2016년 교무부장을 맡기에 앞서 교감에게 “내년에 자녀가 입학을 할 수 있는데 교무부장을 맡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교감은 “이전 교감의 자녀도 학교를 다녔는데 문제가 없었고 관행이니 괜찮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시교육청은 평가 관리의 공정성을 훼손한 책임을 물어 교장, 교감, 교무부장에 대해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해당 사립학교 재단에 요구했다. 다만 징계 여부는 재단이 결정할 일이라 강제성은 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감사로만 시험 자료 유출 여부를 알 수 없어 교장, 교감, 교무부장 등을 30일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다음 달 서울시내 중고교를 대상으로 고사 관리 전반과 폐쇄회로(CC)TV 설치 여부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또 학업성적관리지침에 △평가의 전 과정에 학생 중 친인척이 있는 교사를 배제하고 △평가관리실, 인쇄실 등을 분리해 출입자를 관리한다는 내용 등을 추가해 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쌍둥이 딸 1등#시험문제 유출 의혹#성적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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