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풀코스 120차례… 다시 달리니 10kg 빠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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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동호회 ‘괴물’ 김창희씨
29세인 2000년 처음 뛰고 푹 빠져… 8년 만에 국내 최연소 ‘100회 완주’
국토종단 537km 6일 만에 달리고, 사하라 250km는 36시간 안에 끊어
10월 ‘공주백제’서 올해 유종의 미


“마라톤 ‘괴물’이 하나 있어요(웃음).”

2013년부터 동아일보 공주백제마라톤에 개근한 현대제철 마라톤동호회장 신대성 씨(51)는 동호회 대표주자로 망설임 없이 김창희 씨(47·사진)를 꼽았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특수강대형압연부 계장으로 근무하며 사내 동호회 활동을 하는 그는 10년 전 37세 나이로 당시 최연소 국내 마라톤 풀코스 100회 완주 기록을 세운 마라톤 마니아다.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풀코스만 120차례 완주한 그는 2005년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46분15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대단하다’는 의미로 괴물 소리를 듣지만 김 씨와 마라톤의 인연은 거창하게 시작된 건 아니다. 29세 때인 2000년 체중 관리를 위해 서해대교 개통 기념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게 첫 발걸음이었다. 힘들어도 마라톤이 주는 감흥은 짜릿했다.

“오랫동안 뛰면서 지난 일을 곱씹다보면 주변 사람에게 모질게 굴었던 일도 반성하게 되면서 스스로 유해집디다. 다음에 잘해야지,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결승선에 와 있고…. 하하.”

마라톤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2002년 부산 태종대에서 출발해 경남, 경북, 충북을 거쳐 임진각까지 537km를 달리는 ‘대한민국 종단 울트라마라톤’도 6일 만에 완주했다. 피곤하다고 달리는 도중 숙소를 찾아 드러누우면 탈락하기에 레이스 도중 공터에서 쪼그려 앉아 쪽잠을 자며 146시간 만에 결승선을 끊었다.

풀코스 완주 100회를 넘긴 ‘베테랑’이 된 뒤 국제무대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2012년 이집트 사하라사막에서 7일 동안 6개 구간 250km를 달렸다. 사막 온도가 한낮에 섭씨 40도를 웃도는 데다 발은 모래 속에 푹푹 빠져 속도가 나지 않고 체력이 금세 떨어졌지만 35시간44분35초 만에 완주해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 140명 중 16위를 기록했다.

“양쪽 엄지발가락 2개를 포함해 발톱 4개가 빠졌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래도 완주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뻤는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요.”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김 씨는 최근에도 1년에 4, 5회씩 꾸준히 마라톤대회에 참가한다. 풀코스 완주 횟수는 예전보다 줄었지만 ‘달리기 사랑’은 여전하다. 매주 수요일에는 동호회원들과 함께 당진 방파제 10km 구간을, 그 외엔 혼자서 10∼25km씩 달린다. 개인적으로 올해 마지막 출전이 될 10월28일 공주백제마라톤에서는 풀코스 완주가 목표다.

“다이어트에 마라톤만큼 좋은 운동이 없어요. 올 초 80kg까지 몸이 불었는데 다시 뛰니까 금세 10kg이 빠집디다. 하하. 많은 분들이 마라톤의 재미를 느끼면 좋겠어요.”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박강수 인턴기자 성균관대 철학과 4학년
#공주백제마라톤#김창희#풀코스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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