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비준 없이 추진… 여야 “동의받아라”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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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합의 국회비준, 11년전에는…
與, 정권교체 뒤 ‘대못박기’ 노려… 野는 ‘북한 퍼주기’ 부각시킬 목적

청와대가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 동의를 추진하면서 여야가 대립하는 가운데, 11년 전엔 똑같은 문제로 지금과 사뭇 상황이 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10·4선언을 놓고도 곧바로 대통령 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정상회담 이튿날인 그해 10월 5일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에 출석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 선언에는 구체적인 액수나 사업비가 얼마가 들어가는지, 어떤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가 아직 적시돼 있지 않다. 과연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는 유관 부처와 협의해 판단하겠다”고 보고했다. 국회 비준 동의 없이 정부가 그냥 추진하겠다는 뉘앙스였다.

이 장관의 발언에 여야는 한목소리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소속 임종석 의원(현 대통령비서실장)은 “1991년의 합의서, 2000년 정상회담의 합의도 사실은 비준해야 했다…정부가 적극적으로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를 밟으라”고 압박했다. 여당 의원들은 “국회 운영위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얼마나 재정적 부담이 생기는지를 판단해서 검토하겠다’고 (유보적 답변을) 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선언 자체는 재정적 부담을 수반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비준 동의를 피하려는 청와대를 비판했다.

야당은 다른 이유로 국회 비준 동의를 요구했었다. 당시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북한 철도, 도로 공사에) 수천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이 분명하다. 당연히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된다”면서 ‘북한 퍼주기’ 견제를 주장했다. 이주영 의원은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혼자서 독단적으로 대외적인 합의를 못 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런 (국회 동의 관련) 법이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이런 현상은 노무현 정부 임기 말 당시 여당은 정권교체 뒤에도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유지하는 ‘말뚝박기용’ 비준을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거꾸로 ‘퍼주기’를 부각하기 위한 ‘도마’가 필요해 비준 동의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었다.

공방 끝에 그해 11월 1일 외통위에 출석한 이재정 당시 통일부 장관은 “법제처의 심사 결과 (10·4선언은) 재정적 부담의 수반이나 입법 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준 동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노무현 정부#남북합의#국회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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