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31주기… “그대 이름이 곧 민주화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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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공원 묘소, 시민들 추모 열기… 영화 ‘1987’ 관객 500만명 돌파

“오늘따라 더 보고 싶네요. 종철이가 ‘그동안 다들 애썼습니다’ 하는 것 같습니다.”

14일 오전 11시경 박종철 씨 누나 박은숙 씨(55)가 추모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날은 31년 전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인 박 씨(당시 22세)가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물고문을 받다 숨진 날이다. 영하의 기온은 겨우 벗어났지만 바람이 차갑던 이날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 모란공원 박 씨 묘소 앞에는 200여 명이 모였다. 박 씨의 고교 동창이자 대학동기인 김치하 씨(54)는 “종철이, 오늘 사람들이 많이 와서 술 많이 먹네. 오늘 취하겠다”라며 미소 지었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가 주최한 이날 추모식에는 박 씨의 형 박종부 씨(60)와 1987년 6월 항쟁 도중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연세대생 이한열 씨(당시 21세)의 어머니 배은심 씨(77), 경찰의 박 씨 고문 축소·조작 의혹을 교도소에서 밖으로 폭로한 이부영 전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이 전 의원은 “(한국 사회가) 시민운동을 통해 정치를 똑바로 지켜낼 것을 박 열사에게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 측은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용산구 경찰청 인권센터(옛 대공분실)에서도 추모식을 거행했다. 이곳에도 추모객이 적지 않았다. 인권센터를 찾은 시민 이영선 씨(33)는 “지난주 영화 ‘1987’을 보고 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민주화 산물이라 할 우리 세대가 박 씨에 대한 추모와 민주화에 대한 그의 뜻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이철성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가 방문해 헌화했다. 경찰 지휘부가 이 옛 대공분실을 찾아 박 씨를 추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씨에 대한 사회적인 추모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군 영화 ‘1987’은 개봉 18일 만인 13일 누적 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날 영화에 출연한 배우 김윤석 강동원 등과 제작진은 모란공원 박 씨 묘소를 찾아 헌화하고 추모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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