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머리 나쁜 ‘새대가리’? 천재성 알면 놀랄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새들의 천재성/제니퍼 애커먼 지음·김소정 옮김/440쪽·2만 원·까치

상대방의 아둔함을 비하하는 비속어로 흔히 ‘새대가리’란 말이 쓰인다. 그러나 사실 새는 몸집에 비해 뇌 용량이 크고, 지능을 좌우하는 뇌세포 뉴런의 밀도도 영장류에 버금갈 정도로 높다.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중에서 정교한 도구를 만들어 쓸 줄 아는 동물은 인간, 침팬지, 오랑우탄, 누벨칼레도니까마귀 네 종류뿐이다.

30년 동안 과학 서적을 써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새의 영민함을 입증한 관련 연구들을 소개한다. 그가 직접 바베이도스섬, 누벨칼레도니섬에 있는 새 연구소를 방문한 일화들도 녹아 있다. 그의 목소리가 담긴 일기처럼 느껴져 과학서임에도 쉽게 읽힌다.

새는 통찰력, 창의력, 인지 능력을 갖춘 동물이다. 적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를 만들어 쓸 줄 알고, 숲 속에 먹이를 저장해 둔 곳을 다시 찾아낼 정도로 기억력이 좋다. 공감 능력도 뛰어나 동족의 죽음을 슬퍼하고 동료를 위로할 줄도 안다. 보금자리를 아름답게 꾸미고 감상할 정도의 미적 감각도 갖췄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새의 위대함을 설파한다. 새와 인간을 비교하는 일도 잦다. 예를 들면 인간은 공룡이 멸종하는 바람에 살아남은 뾰족뒤쥐를 닮은 생물 종인 반면, 새는 멸종하지도 않고 살아남은 우수한 공룡이다. 과도하게 새를 치켜세우는 것 같아 불쾌해지려는 순간, “사람은 동물과 유사성을 거부하려는 마음이 강하다”는 지적에 ‘뜨끔’해진다.

저자는 지식을 측정하고 판단하는 기준조차 인간 중심인 것에 일침을 가하며 편견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마음을 열고 깃털로 뒤덮인 그 작은 몸속에 꽉꽉 채워져 있는 어마어마한 천재성을 들여다보라”면서.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새들의 천재성#제니퍼 애커먼#새대가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