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배넌 퇴출후에도 ‘국수주의파’ 여전히 건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국제주의파, 백악관 장악했지만… 밀러 고문, 트럼프 신뢰 탄탄
反이민-보호주의 정책에 영향력… 줄리아 한 특별보좌관도 자리 유지

끊이지 않는 백인우월주의 옹호 논란과 당정 균열, 그리고 좀처럼 오르지 않는 30%대 지지율…. 고심에 빠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전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도움을 청할 믿을 수 있는 참모는 누구일까.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9일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미주리주에서 발표하는 세제개혁 관련 연설문을 작성한 사람이 스티븐 밀러 고문(32)이라고 보도했다.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강경 무역정책 등에서 긴밀히 협업했던 ‘국수파’ 수장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서배스천 고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차례로 백악관을 떠났지만 밀러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다. 배넌과 고카의 이탈로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국제주의자’가 백악관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백악관 내 마지막 국수파인 밀러와 줄리아 한 특별보좌관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이 두 사람이 배넌과 고카의 뒤를 이어 백악관을 떠난다면 트럼프 집권 초기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국수파의 역전패가 분명해진다.

반(反)트럼프 진영에선 이들의 퇴출을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다.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 폭력시위 이후 트럼프 탄핵안 발의를 예고한 스티브 코언 하원의원(민주·테네시)은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두 명(배넌과 고카)이 갔다. 이제 밀러 하나 남았다”고 적었다. 하지만 중요한 대통령 연설 작성에 밀러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등 ‘국수파 완전 소탕’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일각에선 국수파 진영 안에서 내부 균열이 있었다며 배넌과 고카의 이탈이 곧 밀러와 한의 퇴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인터넷매체 데일리비스트는 “수개월 전부터 밀러와 한이 자기를 앞세우는 배넌에 대한 불만을 표해 왔다”며 “배넌을 ‘욕심쟁이(glory hog)’로 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만약 두 사람 중 한 명이 백악관을 떠난다면 밀러보다는 한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밀러의 입지가 그만큼 탄탄하다는 뜻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밀러는 다른 측근들보다 트럼프와 더 일찍 관계를 맺었다”며 “그의 자리는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밀러와 한으로 대표되는 국수파의 영향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배넌과 고카가 백악관을 떠난 뒤에도 강경 이민정책과 보호주의 메시지를 연이어 던졌다. 25일엔 히스패닉계를 집중 겨냥한 악명 높은 단속으로 이름을 알린 조 아파이오 전 애리조나주 매리코파 카운티 보안관을 사면했고, 27일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 과정이 쉽지 않다”며 “폐기할지도 모르겠다”고 트위터에 적어 온건파들을 긴장시켰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백악관#국수주의파#트럼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