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인 박사의 오늘 뭐 먹지?]어떻게 부대찌개 맛이 변하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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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 두꺼비집의 부대찌개. 석창인 씨 제공
경기 수원 두꺼비집의 부대찌개.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라는 시도 있지만 요즘 소시지, 햄 등이 거의 연탄재 수준의 정크 푸드로 전락한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제가 어릴 적 도시락 반찬에 계란 옷을 입힌 소시지라도 들고 가는 날에는 반 전체가 난리가 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조금 앞선 세대에서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소시지, 햄, 고기 등을 넣어 만든 부대찌개는 일종의 음성적 구호음식이었지요. 전쟁 때는 군화 가죽까지 삶아 먹는다고 할 정도였고, 꿀꿀이죽까지도 귀한 음식이었다는데 군부대의 소시지와 햄은 그야말로 천상의 음식이었을 겁니다.

전쟁사를 보면 전쟁을 위해 만든 음식이 꽤 있습니다. 제갈공명의 만두에서 시작해 중국판 하몬(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 숙성시킨 스페인 햄)인 화퇴가 그러하고, 바이킹족들의 뷔페 음식이 여기에 속합니다. 우리나라의 미숫가루와 나폴레옹 시대에 만들었다는 통조림, 터키의 케밥도 대표적인 전투 식량입니다. 전쟁용이 아닌 전쟁 후의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은 부대찌개가 대표적이지 않을까요?

초등학교 다닐 때 ‘닉슨탕’이라는 간판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부대찌개의 또 다른 이름인 ‘존슨탕’을 차용해 만든 음식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존슨탕은 부대찌개의 아류인데 서양의 스튜처럼 국물이 좀 자작한 것이 특징이고 치즈, 양파, 양배추 등을 많이 넣기에 느끼한 맛과 단맛이 공존하지요.

전국 유명 부대찌개 식당을 가면 지역에 따라 약간의 맛 차이가 있습니다. 대다수 식당은 미군 지상부대가 위치했던 곳 주변에 있지만 경기 평택의 송탄 쪽에는 미군의 공군기지가 있습니다. 지상부대 인근의 부대찌개는 김치찌개에 가까운 단순한 맛이라면, 송탄 쪽은 기름지고 화려하며 심지어 맵기까지 합니다. 해군 스타일 부대찌개가 없는 까닭에 맛을 비교할 수 없어 안타깝네요.

요즘 프랜차이즈 부대찌개 집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내용물이 점점 진화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부대찌개를 찾는 이유 중에 고단했던 과거를 회상하고픈 점도 분명 있기에 궁중부대찌개처럼 화려하게 변한 맛은 구세대들에겐 조금 아쉽기 마련이지요.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가 은수에게 말하죠.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저 역시 묻고 싶습니다. “어떻게 부대찌개 맛이 변하니?”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 두꺼비집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향교로 100. 031-242-4267. 부대찌개 8000원, 모둠구이 3만5000원

○ 오뎅식당 경기 의정부시 호국로1309번길 7. 031-842-0423. 부대찌개 8000원, 햄 사리·소시지 사리 5000원

○ 바다식당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9길 18. 02-795-1317 존슨탕(2인분) 2만 원, 돼지갈비 소고기소시지 3만 원
#부대찌개#두꺼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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