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文대통령, 레커차에 끌려가는 승용차에서 혼자 운전하는것 같아”
안철수 “중요한 결정 너무 쫓기듯 내려”
둘다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엔 선그어
대선 패장(敗將)에서 제1, 제2 야당 대표로 복귀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9일 5·9대선 이후 처음으로 만났다. 안 대표가 취임 인사를 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당 당사로 홍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다. 대선 때 홍 대표가 토론 태도를 놓고 “안초딩(초등학생)”이라고 하고, 안 대표가 홍 대표의 돼지흥분제 논란에 대해 “성폭력 모의”라고 비난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대화 도중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홍 대표는 안 대표에게 “국민의당이 소멸될 줄 알았는데 안 대표가 돌아오면서 다시 살아난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띄웠다.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홍 대표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연대해서 국가 백년대계인 에너지정책을 졸속으로 뒤엎으려고 한다. (안 대표가) 이공계 출신이라 나보다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안 대표는 “지난 100일 동안 너무 쫓기듯이 굉장히 중요한 결정들이 되어온 것들에 대한 문제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홍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에 대해 “미국도 일본도 북한도 외면하는데 자기 혼자 운전하겠다고 덤비는 모습이 레커차(견인차)에 끌려가는 승용차에서 혼자 운전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자 안 대표도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가 아주 우려된다. ‘코리아 패싱’이 실제로 일어나면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
두 사람은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홍 대표가 “앞으로 대표님하고 채널을 가동해서 저녁도 한 번 모시겠다. 대표님이 또 돈이 많으시니까”라고 말하자 안 대표는 웃으며 “(토크 콘서트 때) 화려한 옷을 입고 나와서 그 옷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정장을 입었네요”라고 했다.
비공개 회동에서는 홍 대표가 “사법부의 좌편향 문제가 심각하다. 인사 문제에 있어서 두 당이 힘을 합치자”고 하자 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 100일 동안 평가들을 보니까 인사 문제가 가장 점수를 낮게 받았다는 여론조사를 봤다”고 답했다고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이 전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등 향후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 대표가 “우리는 원칙적으로 정면 돌파다. 선거 연대는 없다”고 말하자 홍 대표도 “우리도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홍 대표는 “정치라는 것이 죽을 듯이 싸우다가도 한편이 될 수 있고, 한편이 됐다가도 갈라지는 게 정치다. 사안마다 조율을 하자”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회동을 마무리할 때에는 홍 대표가 안 대표를 갑작스럽게 포옹을 했고, 옆에 있던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한편 안 대표는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많은 인재 중 서울시장을 생각하는 이가 있을 텐데 내가 먼저 선언하면 그런 분들을 영입하지 못한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많은 인재를 영입해 진용을 갖추는 게 당 대표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시도당위원장 회의를 주재하며 “바른정당으로 갔다가 복당하는 당원은 조건 없이 받아주기 바란다”며 “만약 그러지 않으면 중앙당에서 직접 복당을 시킬 것”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