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군단 벌써 13승…최다승 시간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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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경기 남아 2015년 15승 넘을 듯… 세계적 수준 KLPGA서 담금질
한국선수들끼리 선의 경쟁도 한몫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지배하고 있는 코리아 군단이 장기 집권할 기세다.

최근 5연속 정상에 오른 한국 선수들은 대회 때마다 우승뿐 아니라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는 반면 대항마로 꼽을 만한 이렇다 할 견제세력은 눈에 띄고 있지 않다.

박성현의 캐나다퍼시픽여자오픈 우승으로 한국 선수는 이번 시즌 23개 대회에서 절반이 넘는 13승을 합작했다. 2015년 세운 최다승 기록(15승)을 깨뜨리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한국 선수들을 최강으로 이끈 배경에는 아마추어와 프로에 걸쳐 선수들의 기량을 꾸준히 성장시킨 국내 여자 골프 시스템이 있다. 박성현과 세계 1위 유소연, 전인지 등은 모두 국가대표 출신이다. 1988년부터 시작된 국가대표 시스템은 한국 여자 골프의 ‘산파’ 역할을 했다.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은 “대표 선수들은 중고교 시절부터 국제 대회에 출전해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에 큰 무대에 강하다”고 말했다. 연간 합숙 훈련 기간만도 7∼9개월에 이른다. 별 따기에 비유되는 태극마크를 달게 된 여자 골프 대표 선수들은 여자 양궁이나 여자 쇼트트랙처럼 국제 무대에서 효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국제 대회 상위권 성적을 거둘 경우 명문대에 진학하거나 프로 전향 시 연간 수억 원에 이르는 스폰서 계약도 가능하다. 다른 종목에 비해 여자 골프에 우수한 신체 조건이나 자질을 지닌 스포츠 꿈나무가 몰리는 이유다.

선수들이 프로로 전향한 뒤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의 ‘생존 경쟁’을 통해 기량이 성장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는 난도 높은 코스 세팅 등으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창기 전 KLPGA투어 경기위원장은 “국내 대회 코스 길이와 러프 상태, 그린 빠르기 등은 세계 어느 투어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미국 투어 선수들이 한국에 오면 우승하기가 어려울 정도다”고 말했다. 박성현과 김효주, 전인지 등은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 LPGA투어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올 시즌 3승을 챙긴 김인경은 “LPGA투어에 수준급 한국 선수들이 워낙 많다 보니 선의의 경쟁 속에 더 잘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맹활약하던 리디아 고와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슬럼프에 허덕이고 있으며 대형 미국 선수들이 사라진 것도 한국 선수 독주를 부추기고 있다. LPGA투어의 남은 대회는 11개. 이 가운데 8개 대회는 지난해 한국 선수들이 강세를 보인 미국 이외의 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열린다. 필드를 점령한 태극기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lpga#코리아 군단#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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