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 담뱃세 인상해야” vs “덜 해로우니 적게 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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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 담뱃세 논란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담뱃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 인상이 국회에서 진행되던 중 돌연 제동이 걸린 탓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일반 담배 수준으로 인상하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자유한국당 소속 조경태 기재위원장의 반대로 논의를 미루게 됐다. 여야 만장일치로 이뤄진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의 전날 합의가 하루 만에 뒤집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담뱃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아이코스 구매 희망자들이 서울 종로구 직영 매장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동아일보DB
궐련형 전자담배에 담뱃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아이코스 구매 희망자들이 서울 종로구 직영 매장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동아일보DB

 
[1] 일반 담배의 절반이 안 되는 세금


‘궐련형 전자담배’란 액체 니코틴을 사용하는 기존 전자담배와 달리 전자기기로 담뱃잎 고형물을 쪄서 증기를 피우는 방식이다. ‘아이코스’(필립모리스)가 6월 국내에 처음 출시돼 큰 인기를 누렸고, 영국 BAT사도 유사한 형태의 ‘글로’를 8월 출시했다. KT&G는 10월 자체 개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문제는 확대일로에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뱃세가 일반 담배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일반 담배는 한 갑에 개별소비세 594원을 포함해 세금이 총 3323원인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개별소비세 126원을 포함해 세금이 1740원이다. 개별소비세법에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 규정이 없어 파이프 담배 수준의 개별소비세만 내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가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지난해 국내 담배 총 판매량(36억6000만 갑)을 기준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 점유율이 4%에 이르면 담뱃세가 2270억 원, 8%에 달하면 5010억 원 덜 걷히게 된다. 보건복지부 등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전자기기를 사용해 가열하는 점을 제외하면 일반 담배와 차이가 없는 만큼 담뱃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 덜 해로우니 세금을 낮춰야 한다?


28일 개정안이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되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수 있다. 이 경우 궐련형 전자담배는 개별소비세를 한 갑(20개비)당 468원 더 내야 한다.

그러나 필립모리스 등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적은 만큼 세금을 적게 부과해야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이 현행 갑당 4000원대에서 5000∼6000원대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과연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로울까? 필립모리스 측은 “54가지 유해물질을 분석한 결과 아이코스 증기 속 유해물질은 일반 담배 연기의 평균 10%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은 아이코스 증기에서 살충제 원료인 아세나프텐이 일반 담배의 3배 수준으로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내놓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궐련형 전자담배 조사에 착수했다. 필립모리스가 시행한 검사법을 제공받아 △해당 검사법이 맞는지 △어떤 검사법을 써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지 △니코틴, 타르 외에 어떤 물질을 추가로 검사할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면 세금을 덜 물려도 될까? 국내에 출시된 일반 담배의 경우 타르는 0.1∼8mg, 니코틴은 0.01∼0.5mg 등 다양한 함량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유해물질 함량과 관계없이 동일한 세금을 적용받고 있다.

[3] ‘제2의 아이코스’가 나온다면?

궐련형 전자담배가 설사 덜 유해하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근거로 과세를 낮춘다면 앞으로 변형된 전자담배가 나올 경우 담뱃세 형평성, 세수 부족 논란 등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성규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덜 해롭다’는 점을 내세운 새로운 형태의 담배 제품이 계속 출시된다는 의미”라며 “담배는 그 형태가 어떻든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8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통과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경태 기재위원장은 “담뱃값 인상의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기재위 야당 간사인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과세나 담뱃값 인상보다는 형평성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계 담배회사의 배만 불리게 되기 때문에 개정안이 신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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