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만? 매운 ‘발맛’도 보여주마!…독기품은 ‘진격의 거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23일 05시 45분


김신욱은 헤딩 못지않게 발재간도 좋은 선수다. 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김신욱을 주요 공격옵션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파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신욱은 헤딩 못지않게 발재간도 좋은 선수다. 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김신욱을 주요 공격옵션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파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킥 수비 보강해 완전체로…“골로 가치 증명할 것”

울리 슈틸리케(63·독일) 전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이끌었을 때 그는 계륵에 가까웠다. 반드시 필요한 것도, 그렇다고 불필요한 것도 아닌 모호한 존재.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이어 올해 20세 이하 월드컵대표팀을 이끌었던 신태용(47)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잠시 주춤했던 한국축구가 다시 비상하리라는 믿음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김신욱(29·전북현대)도 기대의 중심에 있다. 운명의 2연전을 위해 8월 21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된 대표팀에 이름이 들어갔다.

사실 전임 감독 시절에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꾸준히 대표팀에 승선했지만 기회는 많지 않았다. A매치 8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호출은 받지만 정작 출전은 제한당하는 상황에 뭔가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없는 노릇이다. ‘가물에 콩 나듯’어쩌다 그라운드를 밟더라도 시간이 너무 짧았다. 당연히 무기력했다. 차라리 잊고 싶은, 지우고픈 시간이다. 선수 탓만 할 수 없었다.

벤치에서 좋은 전략을 짜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전 감독은 김신욱을 오직 목적 없는‘타깃 맨’으로만 활용했다. 별다른 지시도 없이 그저 전방에 배치한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볼 배급이라도 좀더 활발했다면 좋았으련만, 명확한 방향 없이 점유율만 강조한 탓에 공이 투입되는 횟수도 극히 적었다. “전임자를 욕보이고 싶지 않다”고 평가를 아꼈으나 신 감독은 한 때 자신이 코치로 보좌한 슈틸리케 전 감독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를 충분히 알고 있다. 따라서 김신욱의 역할을 단순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15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가 열렸다. 한국 김신욱이 구자철에게 헤딩으로 어시시트 하고 있다. 상암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5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경기가 열렸다. 한국 김신욱이 구자철에게 헤딩으로 어시시트 하고 있다. 상암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최근 전북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현장을 꾸준히 찾으며 유심히 체크한 부분이 김신욱의 발이었다. 실제로 김신욱은 헤딩 못지않게 발도 강하다. 팀 훈련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꾸준한 하체 밸런스 트레이닝을 하며 완전체 공격수로 재탄생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10골을 넣었고, 머리로는 2골을 넣었다.

지난시즌부터 김신욱을 지도해온 전북 최강희 감독은 “김신욱이 타깃형으로 특화되지 않았다. 볼 집착과 슛 감각도 우수하지만 스스로 찬스를 엮을 줄 안다”고 평가한다.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딜레마이기도 하지만 전북이 종종 투 톱을 활용할 수 있는 이유였다. 신 감독도 이 점을 높이 산다.

줄곧 “정형화된, 빤히 수가 보이는 움직임은 지양한다. 항상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여기서 허를 찌르는 옵션에는 장신(197.5cm) 스트라이커의 낮은 공격도 포함된다. 주력 대부분이 장신인 이란에서 예측할 수 없는 공격이기도 하다.

희생도 빼놓을 수 없다. 때로는 최후방에서, 때로는 미드필드 한복판에서 맹렬히 몸을 던진다. 특히 수원삼성, FC서울 등 주요 라이벌전에서 그의 역할은 더 컸다. 최 감독은 “누구보다 활동량이 많다. 수비도 오래 경험해서인지 상대의 볼 배급 루트도 금세 읽어낸다”고 칭찬했다. 골잡이에게 가장 이상적인 희생은 깊은 수비 가담이다.

A매치 통산 38번째 출격을 희망하는 김신욱은 “이번 소집은 여느 때와 비교할 수 없다. 무조건 결과를 낸다는 마음이다. 기쁘고 의미 있는 여정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2014년 1월 코스타리카 평가전에서 3번째 골을 뽑은 뒤 이어진 3년여의 타는 목마름을 해소할 때가 왔다.

파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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