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를 향한 씁쓸한 삿대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23일 06시 57분


영화 택시운전사.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택시운전사. 사진제공|쇼박스
일부선 “5·18 미화, 보지 말아야” 주장
왜곡·폄훼로 실제인물 가족들에게 상처


영화 ‘택시운전사’가 1000만 관객을 불러 모았지만 그 뒤에서는 여전히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노출되고 있다. 영화의 소재와 배경이 되는 사건 자체에 대한 왜곡과 폄훼의 시선, 실제 주인공과 관련한 일반의 오해가 커질 우려 등이다.

● ‘택시운전사’는 5·18 미화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를 취재하려는 독일인 기자와 그를 태우고 광주로 간 택시기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한복판을 목격한 두 인물이 서로 교감해가며 성찰의 과정을 밟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히 그려냈다.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영화를 선택한 것도 그에 대한 공감 덕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영화와 그 배경인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끊임없는 왜곡과 폄훼를 시도하고 있다. 사건의 책임자로 꼽히는 이들의 의도적인 왜곡 주장, ‘택시운전사’가 “5·18을 미화”했으니 “보지 말아야 한다”는 ‘선동’ 등이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독일 기자 고 위르겐 힌츠페터와 택시기사 김사복 씨가 “북한의 간첩”이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이미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된 사건 자체에 대한 부정인 셈이다.

● “아버지가 간첩?”

이 같은 주장의 또 다른 피해자라며 나선 이가 있다.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택시기사 김사복 씨의 아들이라고 밝힌 김모 씨다. 그는 SNS를 통해 “근거도 없이 아직도 광주항쟁을 간첩과 북한의 소행이라 주장하고 나아가 아버지를 조총련 앞잡이 또는 간첩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무책임한 주장으로 우리 가족에게는 이미 치명적인 상처가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시나리오 작성과 고증 당시 (이미 돌아가셨기 때문에)아버지를 찾을 수 없어 영화 내용 중 아버지 사생활에 관한 부분에 사실과 다른 아쉬움이 있다”면서 “아직 살아계신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으로 되고, 아버지가 저희 모르게 딸을 하나 두었다는 등 아버지를 잘못 알리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김사복 씨의 얼굴을 기억하는 단 한 사람, 위르겐 힌츠페터가 이미 세상을 떠난 상황이어서 그 증명의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언급한 두 가지 사례는 실화영화가 지닌 힘겨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실화 자체에 대한 의도적인 부정의 시각,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가르는 모호한 기준선 때문이다. ‘택시운전사’ 제작진의 고민도 깊어진다.

윤여수 전문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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